극장서 보는 영화, 따로 있다?

영화평론가 이상용씨는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에 다운로드 받거나 케이블TV를 통한 관람 등, 관객의 성향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시각적 쾌락이 강한 영화가 아니라면 극장을 찾을 동기가 점점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지난주에는 새로운 흥행기록도 하나 수립됐다. 마이클 베이(Bay)가 연출한 변신로봇 영화 ‘트랜스포머’가 18일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외국영화 흥행신기록을 세운 것. 지금까지의 기록은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가지고 있던 596만 명이었다. 오늘(25일) 개봉하는 대작 ‘화려한 휴가’와 다음주 개봉하는 심형래 감독의 ‘D-WAR’가 할리우드 흥행독식과 관객감소 추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주말(20~22일) 전국 극장을 찾은 관객은 모두 207만 명. 그중 흥행 1~3위인 ‘다이하드 4.0’ ‘해리포터: 불사조기사단’ ‘트랜스포머’가 끌어 모은 관객수는 177만 명이다. 무려 85.6%의 점유율. 할리우드 삼두마차의 관객 독식인 셈이다. 지난주 개봉한 한국영화가 한 편도 없었던 까닭도 있지만, 이런 추세는 사실 5월의 ‘스파이더맨 3’를 필두로 올여름 내내 이어지고 있다. 바로 전주에는 그 주 개봉작인 ‘해리포터: 불사조기사단’과 6월 마지막 주 개봉작 ‘트랜스포머’ 두 편이 83.9%의 관객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주에 흥행 왕관을 썼던 할리우드 영화가 새 할리우드 영화에 왕위를 물려주는 형세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압축하면 결국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한국영화의 상대적 부진과 드라마보다는 화려한 볼거리 위주로 영화를 선택하는 여름 관객의 취향이 맞물린 탓이다.

충무로에서는 할리우드 영화의 흥행독주도 고민이지만, 전반적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의 숫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게 더 큰 걱정이다. 지난주 총 관객은 전주 대비 60만3000명이 감소한 207만 명 수준이었다. 브루스 윌리스(Willis)가 액션 영웅으로 돌아온 ‘다이하드 4.0’이 주말 3일 동안 전국 85만9300명을 모으며 1위에 올랐지만, 지난주 1위인 ‘해리포터: 불사조기사단’의 142만6700명의 파괴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CJ CGV가 최근 발표한 상반기 총 관객은 7200만 명. 전년 대비 10.8%가 준 수치다. 98년 이후 10년 가까이 증가세를 보여 온 총 관객수가 큰 폭으로 꺾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