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워' 용두사미?...감동 CG, 아쉬운 스토리

LA도심 한복판에 의문의 대형 참사를 취재하던 방송기자 이든(제이슨 베어 분). 유일한 단서인 정체불명의 거대한 비늘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 골동품 상인 잭(로버트 포스터 분)에게 들었던 숨겨진 동양의 전설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자신과 같은 운명에 얽혀있는 여의주를 지닌 신비의 여인 세라(아만다 브룩스 분)와 함께 선한 이무기에 앞서 여의주를 차지하고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려는 악당 부라퀴와 그의 추종자들에 맞서 싸우게 된다.

심형래 감독이 CG(컴퓨터 그래픽)의 국산화를 외치며 6년이라는 긴 제작기간 동안 심혈을 기울인 영화 '디 워'는 그동안 일반 관객과 영화 관계자들에게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며 8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관계자들에게 공개된 '디 워'는 엇갈리는 평가 속에서도 '순수 우리 기술의 컴퓨터그래픽'에는 호평을 받고 있다. 따라서 '디 워' 감상에는 CG가 또 하나의 맥으로 자리 잡는다.

태양이 비추는 장면에 CG가 필요한 경우, 살아있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2~3배의 디테일이 요구된다. 이에 지금껏 CG에 의존하는 많은 SF영화들이 대낮의 어색한 CG 느낌을 피하기 위해 주로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시간과 돈 등 영화의 취약점을 보완하려 했다면 '디 워'는 대낮에 LA를 아비규환으로 만드는 이무기들의 침략신과 폭파신을 섬세하게 완성했다.
　
'디 워'에는 3800컷의 CG장면이 사용됐다. 그 중 영화 후반부 등장하는 40여분 동안의 액션신은 한국의 컴퓨터 기술력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부라퀴가 LA의 상징 건물인 US뱅크빌딩을 휘감고 올라간 장면은 명장면으로 손꼽을 만하다.
　
또한 '디 워'는 CG와 함께 스파이더캠 촬영으로 할리우드 SF영화에서 볼 수 있는 스펙터클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아파치 헬기의 자유로운 활강 모션과 같은 장면들을 '스파이더맨' 시리즈, '슈퍼맨 리턴즈', '터미네이터3'에 참여해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보여준 할리우드 스태프 토드 셈스가 전작에 못지않은 생생함을 '디 워'에 불어 넣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아리랑'은 '트랜스포머'의 음악을 맡았던 자브론스키가 맡았다. 시애틀 교향악단 150인조 풀 오케스트라에 90인조 합창단의 음성으로 표현해 내 남녀주인공의 헤어짐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특히 국내에서만 공개되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용가리' 이후 사회의 편견을 겪은 후 갖게 된 의지와 열정에 대해 쓴 심형래 감독의 편지 글은 '아리랑'과 함께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큰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관람한 후 흡족한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올 만한 작품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완성도 높은 CG에 비해 2% 부족한 스토리 얼개가 아쉬움을 더하고 있지만 영화 '디 워'가 올 여름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관객 반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