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동명이인?

〈제1보〉(1~17)=하고많은 상대들 중 하필 첫 라운드서 이세돌과 왕레이(王磊)가 만난 것도 인연인지 모른다. 왕레이의 이름인 뢰(磊)는 ‘돌 무더기’를 뜻하는데 세 개의 돌(石)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세돌의 이름은 한 술 더 떠 아예 ‘세 돌’이다. 이쯤 되면 국적 다른 동명이인 커플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름이 무슨 상관이랴. 두 명의 ‘세돌’이 심각한 표정으로 마주 앉았다.

 

7이 이색적인 수. ‘가’의 미니 중국식에서 단 한 줄이 벗어났는데 꽤 낯이 설다. 8은 배석(配石) 상 9 자리로 한 칸 낮게 가고 싶다는 게 중론이었다. 10으론 참고도 1 이하의 처리도 훌륭했을 것이다. 10, 12의 밀어붙임은 흑을 저위(低位)로 편재시키려는 뜻인데, 그러나 병력이 열세인 지역의 전투가 뜻대로 될지는 의문.

어쨌든 17까지는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초반 정석부터 격렬한 몸싸움 형(型)의 조짐이 보인다. 아무래도 두 기사가 자신들의 기풍대로 화끈하게 싸우기로 작심하고 나온 모양이다. 백은 ‘나’와 ‘다’ 두 갈래 길을 맞았다. 둘 다 정석이지만 지금 정답은 둘 중 하나. 이유는 역시 주변의 배석(配石) 때문이다. 왕레이가 선택한 다음 한 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