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신동’ 아프리카서 타악에 빠지다

1998년 6세 때 판소리 흥보가를 최연소, 최장시간(3시간)으로 완창하고, 2003년 10세 때 수궁가를 완창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국악신동 유태평양(15)군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타악(打樂)공부에 흠뻑 빠져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4년 3월 어머니, 동생과 함께 아프리카로 유학와 3년째 남아공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이곳 토속 악기들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 17일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만난 유 군은 “우리에게도 장구나 꽹과리 같은 타악기가 있지만, ‘타악’의 본고장은 아프리카라고 생각해 오게 됐다”고 했다.

그는 현재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있는 론데보시(Rondebosh)고교 9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곳에는 학력이 인정되는 정규 음악학교가 없어 방과 후 음악 선생님을 찾아가 아프리카 전통악기를 배우고 있다.

“젬비(Djembe)라는 악기가 우리 장구랑 비슷하게 생겼어요. 장구 한쪽에만 가죽이 붙어 있어 세워놓고 두드리는 건데, 선생님이 저보고 리듬감이 좋다고 하세요.”

태평양군은 생후 28개월 때 냄비뚜껑 들고 꽹과리 치는 흉내를 냈던 어린이였다. 태평양군의 아버지 유준열(국악인·유태평양 국악체험학교 대표)씨의 스승이었던 조통달 명창은 태평양군의 그런 음악적 감수성을 눈여겨보고 국악 입문을 권했다. 이후 정식으로 국악을 시작한 것이 네 살 때였다.

유 군은 “판소리도 좋고 타악기도 좋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타악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아프리카와 인도가 타악이 발달돼 있어 공부하러 오게 됐죠.”

아버지 유준열씨는 이렇게 말했다. “2002년에 태평양이가 한국관광홍보대사로 임명돼서 인도에 공연을 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우연히 타악공연단의 길거리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태평양이가 공연을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더라구요. ‘아, 이 아이에게 언젠가 타악을 한번 제대로 가르쳐 줘야겠구나’하고 그때 마음 먹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