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 번 미쳐봅시다”… 록밴드와 1만 관중 한몸짓

“전 욘사마가 아닙니다. 조인성도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 한 번 미쳐봅시다.”

27~29일 인천 송도 유원지에서 펼쳐진 2007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한복판인 28일 밤 10시. 이날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일본 록 밴드 ‘라르크 앙 시엘’ 기타리스트 켄이 서툴지만 유머 넘치는 한국말과 함께 기타 줄을 힘차게 퉁기자 1만여 명 관중이 일제히 솟아올랐다. 20대 여성 팬들은 남자 친구 어깨에 무등을 타고 머리를 흔들며 열광했다. 남성 팬들에게는 앞선 미국 헤비메탈 밴드 테스타먼트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가 ‘숭배’ 대상이었다.

이 페스티벌이 펼쳐진 3일간, 9만여 평의 드넓은 행사장은 록의 매력에 흠뻑 빠진 젊은이들의 ‘해방구’였다. 정오부터 자정까지 줄기차게 이어지는 국내외 뮤지션들의 공연에 때론 열광하고, 때론 흙 바닥에 누워서 맥주를 나눠 마시며 음악에 빠져들었다. 3일간 이곳을 찾은 관객 숫자는 4만5000여 명. 작년 첫 회보다 2배쯤 늘어난 숫자다. 그중 1500여 명은 아예 행사장 안에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해결했다. 고교생 이진혁(17)씨는 “시급 3500원을 받는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4개월 동안 해 번 돈으로 이곳에 왔다”며 “목요일 새벽부터 텐트를 치고 여기서 살고 있는데 좋은 음악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 관객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한국서 영어 강사로 일하는 영국인 대럼 캠벨(Campbell·36)씨는 “영국에서도 많은 공연을 관람했는데, 이렇게 텐트를 치고 잠을 자며 공연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 록 밴드 크래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 행사를 찾은 외국인은 1000여 명.

가끔 흩뿌리던 이슬비를 제외하면, 3일 내내 화창했던 날씨도 관객들에게 반가웠다. 작년 행사는 매섭게 쏟아지던 장대비 때문에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진흙탕 속에서 공연이 진행됐다. 대학생 정지원(23)씨는 “작년처럼 비가 쏟아질까봐 예쁜 장화도 준비했는데 비가 오지 않은 게 조금 아쉽기도 하다”고 웃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해외 유명 뮤지션의 무대는 수준급이었다. 첫날 공연에서 세계 최고의 일렉트로닉 그룹 케미컬 브라더스는 현란한 비주얼과 변화무쌍한 음악으로 팬들의 환호를 받았고, 올해 초, 내한공연을 가졌던 영국의 스타 록 밴드 뮤즈의 마지막 날 공연은 전체 행사 중 가장 많은 관객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아일랜드 출신 팝 가수 대미언 라이스와 미국 록 밴드 헬로 굿바이의 공연이 행사 직전 취소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