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휴대전화 연주자… 꿈의 무대 ‘링컨센터’ 서다

“피아노와 마찬가지로 휴대전화는 훌륭한 악기예요.”

휴대전화를 악기처럼 연주해 유명한 재미교포 현대음악가 윤보라(27)씨가 지난 27일 재즈 아티스트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뉴욕 맨해튼 타임워너센터의 ‘재즈 앳 링컨센터’ 무대에 섰다.

윤씨는 삼성전자 후원으로 열린 이날 연주회에서 휴대전화가 단순한 통신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첨단 악기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윤씨는 이날 피아노·바이올린·실로폰·확성기 등 여러 연주수단과 함께 휴대전화의 버튼을 누를 때 나는 전자음을 건반악기처럼 이용했다. 휴대전화 소리는 윤씨의 강렬한 보라색 원피스 색깔, 연주회장 밖의 센트럴파크 야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소리 못지않게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윤씨는 “나는 예술가로서 모든 종류의 음향과 소리에서 영감을 받는다”며 “피아노의 건반처럼 휴대전화의 각 버튼이 독특한 음향을 지니고 있어서 나에게는 휴대전화가 일종의 휴대용 피아노”라고 말했다. 윤씨는 악기 삼아 연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모두 11개나 가지고 있다.

윤씨는 시카고에서 태어난 재미교포 2세로 존 레넌 작곡 경연대회 입상 후 뉴욕으로 옮겨와 이타카 대학에서 실험음악, 음향음악을 전공했다. 현재 맨해튼 다운타운 클럽 등에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5월 윤씨를 소개하면서 “휴대전화는 벨 소리로 인해 그동안 음악공연장에는 기피 대상이었는데, 윤씨는 이 휴대전화를 록, 힙합, 컨템포러리 음악 연주에 활용하는 선구적인 전자악기 연주자”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