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미술시장… 작품성 보장은 누가 하나

미술시장의 유례 없는 호황과 양적 팽창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려의 핵심은 작품성 및 진품 보장과 유통업체의 지속가능성이다.

한국 미술시장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화랑 ▲오프라인경매회사 등 두 가지 구조로 단순했다. 그러나 최근엔 ▲온라인경매회사 ▲대형 상설매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미술유통경로가 큰 지각변동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경매회사의 경우도 미술품 유통업자인 대형화랑이 겸업하는 형태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건설업체(힐코리아의 상설매장 ‘아르바자’)와 가구수입업체(엠포리아의 경매회사 ‘D옥션’)까지 미술품유통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각각 온라인경매와 갤러리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에 중소화랑들도 아트펀드 운용, 중소경매회사 운영으로 대형화랑 중심의 경매업계에 맞불을 놓고 있다.

미술시장의 최근 변화는 미술품 가격결정구조와 유통경로가 다변화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엠포리아 정연석 회장은 “대형화랑의 인적 네트워크에 바탕을 둔 현재 경매회사들과 달리 일반인들에게 진짜 열려 있는 경매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 유통업체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제기된다. 김치호 예금보험공사 금융분석부장은 “미술시장의 호황을 탄 일시적 현상일 수 있어 시장이 약해지면 신규회사들은 곧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업체를 통해 미술품을 구입한 후 업체가 문을 닫게 되면 소비자들은 하소연할 데도 없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인터넷 경매를 둘러싼 작품성과 진위(眞僞)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인터넷경매회사들은 작품을 소장자에게 위탁 받지 않고 주로 직접 구매한 뒤 되판다는 점에서 일반적 미술경매와 개념이 다르다. 미술경매 사이트인 ‘포털아트’에서 최근 판매한 북한 그림 일부에 대해 북한작가 본인들이 ‘가짜’라고 증언한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정준모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은 “경매회사, 화랑, 인터넷경매, 나까마(중개상인) 모두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어 양적 성장과 반비례해 시장의 수준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인터넷경매 미술품은 장식용 저가 그림이 대부분이므로 작품성과 투자가치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전시기획과 비평 등 전반적인 미술문화가 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만 확장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많다.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 애호가가 갑자기 이렇게 증가할 수는 없다”며 “미술문화의 기본 인프라는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만 기형적으로 비대하게 성장한 모양”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