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전시장에서의 예의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오늘 박물관 입장 가능해요?”

여름방학이다. 어린이박물관은 쾌적한 관람과 안전을 위해 입장 인원을 제한하는데, 그러다 보니 방학 때만 되면 당일 입장이 가능한지를 묻는 전화가 빗발친다. 사전에 서둘러 인터넷으로 입장권을 예매한 분들은 시간에 맞춰 방문을 하니까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선착순으로 판매되는 당일 입장권을 구매하기 위해 멀리 지방에서 새벽부터 박물관을 찾는다. 정말이지 자녀의 교육을 위한 열정과 노력이 대단하다.

문제는 딱 거기까지만이라는 데 있다. 어렵게 박물관에 와서 그런지 정작 부모님들은 전시장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잠을 자거나 잡담을 나누는 등 휴식(?)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며칠 전엔 이런 일도 있었다. 전시장 어디에선가 이상한 냄새가 나기에 살펴봤더니 한 어머님이 의자에서 아기 대변 기저귀를 갈고 있는 것이었다. 여자화장실에 기저귀 갈이대가 있다고 안내해 드렸지만 주변 관람객들의 표정은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터. 또 전시장 위생상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데도 한 구석에서 캔 맥주를 마시는 부모님, 부스러기를 떨어뜨리며 빵을 먹는 아이 등 난감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뿐인가. 자녀의 일거수일투족마다 카메라를 들이대며 열의를 쏟는 부모님들 중엔 간혹 만져서는 안될 전시물인데도 ‘우리 아이만은…’ 하며 방관한다. 놀이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체험식 전시는 어른이 아이에게 질문을 던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함께 활동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다. 관람예절, 전시물에 대한 배려가 갖춰진다면 그 교육적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8월 ‘일사일언’은 신춘문예 시조 당선자 노영임씨, 음악 칼럼니스트 한정호씨, 의사 고경남씨 등이 번갈아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