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 심형래 감독 "내 인생건 영화 꿈 이뤘다"

한국 영화사상 최고 제작비(300억원), 미국 첫 와이드 개봉(1600여개)…. 기록 행진은 이미 시작됐다. 6년의 구슬땀이 녹아들어간 영화 '디 워'로 한국 SF 영화의 새 장을 연 심형래 감독. 개봉을 앞두고 서울 오곡동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신화, 그 뒤에 존재한 눈물과 감동의 사연들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심형래 감독 "근데 왜 내거만 가지고 그래"

◇ 심형래 감독이 인터뷰 중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하며 디 워에 대해서만 비판이 심하다며 얘기하고 있다. < 김천홍 기자 = flash@ >

-왜 이무기인가.

▶용은 어디나 있지만, 이무기란 캐릭터는 한국에만 존재한다. 이 드라마틱한 소재를 잘 활용하면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히 먹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 주연 배우가‘디스 이즈 어 코리언 레전드(This is a Korean legend)'라고 말하는 장면을 찍을 때 눈물이 저절로 흐르더라. 10여년 전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며 영구아트를 만들었을 때 모두들 나를 비웃었다. '또라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마침내 그 꿈을 이룬 것이다.

-한낮 LA 도심에서 펼쳐지는 폭격신이 압권이다.

▶2004년 10월부터 두 달간 걸프전에 사용된 탱크 등 80대의 대형 차량을 동원해 찍었다. '타이타닉'의 조감독 조나단 사우서드를 비롯해 할리우드 스태프만 256명이 참여했다.

　
-촬영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안된다"는 스태프는 바로 해고했다. 세상에 정해진 규칙은 없다, 역사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주지사 등 관계자들에게 자필 편지를 보냈고, 발로 뛰면서 허가를 받아냈다.

　
-마크 맨지니(음향 담당) 등 베테랑들이 당신의 한국적인 스타일에 반했다고 하더라.

▶결혼하는 스태프에게 축의금도 줬다. 봉투에 커다랗게 한국어로 '결혼을 축하합니다'라고 써서. 처음엔 깜짝 놀라더라. 자기네는 선물을 받는다고. 그래서 한국에선 이렇게 한다, 나는 한국 감독이라면서 주머니에 넣어줬다.

-촬영장에서 직접 요리도 했다던데.

▶할 일이 산더미인데, 점심 시간 빼고 뭐 빼면 언제 일하겠냐. 밥 먹으러 가는 시간에 작업을 하라는 뜻이었다. 하하. 덕분에 다들 비빔밥 김치찌개 팬이 됐다.

-엔딩신을 '아리랑'이 장식했다.

▶'트랜스포머'의 음악감독인 스티븐 자브른스키가 웅장한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줬다. 주위에서 다들 반대했지만, 영화의 처음과 끝을 한국적으로 장식하고 싶었다. 정방폭포나 낙안읍성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것도 그 이유에서다.

-미국 개봉 이야기를 해보자. 처음 프리스타일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마술을 선보였다던데.

▶(탁자에서 담배를 손으로 마구 굴리다가 손을 떼면 담배가 저절로 굴러가는 걸 보여주면서)놀랍지 않냐. 그런데 사실은 간단하다. 모두들 탁자를 쳐다보고 있을 때 입김으로 담배를 움직이면 된다. 프리스타일 관계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만 대단한 SF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이 마술처럼, 실마리를 풀어내기만 하면 우리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배급사로 프리스타일을 택한 이유는.

▶두 곳의 메이저 영화사에서 호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디 워'를 통해 미국의 뉴라인시네마급으로 도약하겠다는 프리스타일의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었다. 9월 미국 개봉을 앞두고,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시사회 등 다양한 이벤트로 이슈 만들기를 준비하고 있다.

-10년여에 걸쳐 제작 기획 연출 등등 1인 다역을 소화해내고 있다.

▶피곤이 쌓여서…. 안면신경마비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다. '용가리'를 찍을 때 미국에서 고속카메라를 빌려왔는데, 일주일 만에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1월이라 엄청 추운데, 일주일간 밤 촬영을 강행했더니 금방 탈이 나더라.

-수익 대차대조표가 궁금하다.

▶80년대 중반엔 연예인 소득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밤무대까지 뛰면서 1년에 20억원을 벌었다. 밤무대 돌다가 손님들이 주는 술을 100잔씩 받아마신 적도 있다. 그렇게 번 돈을 '디 워'에 아낌없이 쏟아넣었다.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있었을텐데.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죽고 싶었던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를 믿고 버텨준 영구아트 식구(그는 가족, 식구라는 말을 종종 사용했다)들을 생각하면서 이 악물고 견뎠다.

-차기작은.

▶세상을 떠난 말론 브란도를 컴퓨터그래픽으로 살려낸 '마지막 대부'를 준비하고 있다. 3D 애니메이션인 '추억의 붕어빵'도 세계 시장을 공략할 야심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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