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감상하려면 고액 지불하라고?

오는 9월 아시아 4개국에서 순회 공연을 갖는 빈 국립 오페라극장(빈 슈타츠오퍼·Wiener Staatsoper)의 티켓 최고 가격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공연 티켓 가격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빈 국립 오페라극장은 오는 9월 17일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19~20일 서울 예술의전당, 22~23일 대만 타이베이, 24일 대만 가오슝, 26일 싱가포르에서 모두 7차례 공연을 갖는다.

별도의 무대나 의상·연출 없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하는 프로그램은 모두 같다.

하지만 티켓 최고 가격은 한국이 45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현지 공연장 사이트 확인 결과 ▲상하이 39만원(3200위안) ▲싱가포르 39만원(650싱가포르달러) ▲타이베이·가오슝 33만7000원(1만2000타이완달러)의 순이었다.

학생석과 시야 장애석 등의 최저가는 3만원선으로 대략 비슷했다. 최고 티켓 가격 45만원은 지난 2005년 베를린 필 내한 공연 당시와 같다. 해외 유명 클래식 음악 단체 내한 공연 사상 역대 최고 가격이다.

빈 국립 오페라극장의 경우, 한국 2회 공연에 단원 110여 명의 항공료와 공연 개런티만 54만유로(약 6억8000여 만원)에 이른다. 전체 공연 예산 11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60%에 이르는 수치다. 공연 기획사인 크레디아측은 “전석을 매진시켜도 평균 티켓 가격이 27만원에 이른다”고 자체 분석했다.

‘해외 명품 클래식’의 공연 가격이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 있지만 한국이 유독 더 비싼 까닭이 있다. 음악계에서는 ▲국내 유료 관객층이 두텁지 않고 ▲공연 티켓을 문화 접대비를 인정해주면서 고가 티켓을 선호하고 있으며 ▲조건 없는 순수 후원문화가 적다는 점을 꼽는다.

음악 칼럼니스트 박종호씨는 “제 돈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는 관객이 적다보면 오히려 유료 관객이 지게 되는 가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연 기획사 빈체로 송재영 차장도 “일부 기업에서 공연 티켓을 사서 접대비로 처리할 경우에는 아무래도 ‘명품 고가 공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빈 국립 오페라극장의 싱가포르 공연은 도이체방크, 대만 공연은 렉서스·씨티뱅크·중국철강 등이 후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 공연은 아직 뚜렷한 협찬사나 후원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 공연 기획자는 “한국에는 아직 후원금을 티켓과 맞바꾸는 식의 후원이 많다. 객석 점유율을 높이는데는 효과가 있지만 정작 티켓 가격을 내리는데 별 도움이 안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박선희 과장은 “장기적으로는 국내 공연 시장 자체를 넓혀야 하며, 티켓을 구입하는 관객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후원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