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심형래의 공룡, '쭈쭈'에서 '디 워'까지

영화 '디 워'(원제 'D-war', 제작 영구아트)가 흥행 질주를 시작, 오랫동안 공룡 등 SF 캐릭터에 투자한 심형래 감독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영구' 캐릭터로 큰 인기를 구가할 당시 '우뢰매',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던 심 감독은 1992년 '영구와 흡혈귀 드라큐라'로 감독 입문했다.
　
심 감독은 두 번째 연출작 '영구와 공룡 쭈쭈'(93년)에 등장한 공룡을 시작으로 '티라노의 발톱'(94년), '영구와 우주괴물 불괴리'(94년), '드래콘 투카'(97년), '용가리'(99년), '디 워'에 이르기까지 총 6편의 공룡과 관련된 영화들을 만들어 왔다.
　
그동안 심 감독은 용이 출연하는 SF영화 이외에도 멜로영화 '핑크빛 깡통'(94년)과 외계인이 등장하는 '파워킹' 등을 연출한 바 있다. 하지만 심 감독의 열정은 공룡과 괴물에 꽂혔고 자신의 영화 속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진화 시켰다.
　
초창기 영구와 손을 잡고 걸을 정도로 작았던 쭈쭈는 사람이 인형 옷을 입고 등장했고, 그 이후 역시 사람이 용의 탈을 쓰고 출연했지만 작은 건물 모형들을 만들어 스크린에서 공룡의 크기를 극대화 시키는 시각효과를 주며 진화를 거듭했다. 용의 탈 역시 섬세한 작업으로 더욱 공포스럽게 표현해 냈다.

'티라노의 발톱'에서는 사람을 매달고 하늘을 나는 익룡도 출현했고, 시각효과가 아닌 실제 큰 공룡을 만들어 기계식으로 움직이는 공룡도 탄생했다.
　
SF영화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컴퓨터 그래픽(CG)은 '용가리'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특히 '용가리'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된 CG장면들은 CG 불모지 한국에서 이뤄낸 심형래 감독의 노력에 찬사를 더했다.
　
심 감독은 '용가리'로 많은 비난과 질타를 받았지만 거기서 좌절하지 않고 6년의 기간을 투자해 '디 워'를 탄생시켰다. 미국 1500여개 극장에서 개봉될 '디 워'의 CG는 할리우드 SF영화에 견주어도 될 만큼 눈부신 성장을 이룬 국내 CG의 발전을 결과물로 확인시켜줬다. 　

'디 워'에 등장하는 악한 이무기 부라퀴는 200m의 크고 기다란 몸집으로 큰 빌딩을 휘감고, 도시 전체를 휘젓고 다리며, 꼬리와 날카롭고 거센 이빨로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부숴 버린다. 또한 말과 비슷한 속력을 내는 이동수단 샤콘, 날아다니며 불을 내뿜는 불코, 이무기 다음으로 몸집이 크고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더들러 등 영구아트 모델링실에서 직접 제작하고 CG로 재탄생된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영화 후반부 수만 마리의 리얼한 괴물 캐릭터들이 LA를 뒤엎고 미국의 실제 에이브라함 탱크와 아파치 헬기가 등장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수만 마리의 괴물들과 영화 속 사용된 총 3,800컷의 CG장면은 한국 SF영화의 놀라운 발전을 가져온 결과다. 주위에서 비난할 때 서러움을 이겨내고 '디 워'를 탄생시킨 심 감독에게 응원에 박수를 보낼만하다.
　
8월 1일 광객들에게 공개된 '디 워'는 현재 무서운 속도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