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최고의 파트너

〈제7보〉(95~103)=지금까지의 진행에서도 드러나듯 왕레이는 매우 전투지향적인 기풍이다. 승부기질도 누구 못지않게 강인하다. 90년대 초반 10대 시절부터 창하오(常昊) 등과 함께 소위 ‘6소룡(小龍)’ 멤버로 철권을 휘둘러왔다. 하지만 맞붙어 싸워주고, 빨리 두어주는 상대야말로 이세돌에겐 최고의 손님(?)이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파트너를 만났다는 듯 질풍노도의 대마몰이가 계속되고 있다.

백이 △로 붙여간 장면. 흑이 참고도 1로 받을 때 8까지 수습하겠다는 속셈이다. 이것이라면 상하 백 대마가 모두 연결되고 하변에 뿌리까지 내리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아무도 예상 못한 95란 묘수가 터졌다. 이때 백 97이면 흑이 103 자리에 두어 백 대마가 암흑 속에 갇혀버린다.

일단 96이 최선의 대응. 그러나 97 이하 101에 이르니 상하 양쪽의 랑데뷰는 불가능해졌다. 102도 이 쪽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 여기서 백은 또 한 번 기로를 맞이했다. ‘가’로 이어 전체를 살려야 할까, 상변을 과감히 버리고 ‘나’에 빵때려 훗날을 도모해야 할까. 왕레이는 이번에도 별 고심하는 기색 없이 백 돌 하나를 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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