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영화 '디 워'는 극장가와 사이버 세상을 동시에 뜨겁게 달궜다. 한국영화 사상 최단기간 동안 200만 관객을 돌파한 게 첫번째 이슈였고, 이같은 이상 열기(?)에 대한 이송희일 감독의 신랄한 비판이 두번째 이슈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는 한 사회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가 된 것은 이송 감독의 비판 그 자체가 아니라, 비판의 태도였다. 이는 '후회하지 않아'를 함께 제작했던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 역시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인정했다. 김조 대표는 이송 감독의 글이 파문을 일으킨 직후 올린 글을 통해 "감정적이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며 옹호론을 펼쳤다.
물론 김조 대표의 글 역시 일부 감정에 치우친 면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송 감독의 그것보다는 잔잔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송 감독이 네티즌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있을까.
김조 대표는 관객 집단 전체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은 가급적 배제하고, 현업 영화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조목조목 정리해 올렸다. 하지만 이송 감독은 비판의 시작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다. 이송 감독의 글 밑바탕에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독선과 상대방에 대한 비하, 마이너 영화인으로서 느끼는 피해의식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건전한 토론의 출발점이다. 또 의도된 것인지는 모를 일이나, 용어 사용 역시 지극히 부적절했다. 개인의 일기장이라면 모를까, '공인'이라는 사람이 블로그라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공간에서 사용하기에는 적절치 못한 용어가 많았다.
"막가파식으로 심형래를 옹호하는 분들에게 '디 워'는 영화가 아니라 70년대 청계천에서 마침내 조립에 성공한 토스터기 모방품에 가깝다는 점이다...." 영화를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영화를 업으로 삼고 있다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상대방의 작품을 깎아내릴 수 있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심 감독을 영화인으로 생각지 않는다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는 엉망인데 현란한 CG면 족하다고 우리의 게임시대 아이들은 영화와 게임을 혼동하며 애국심을 불태운다... 영화가 거시기하다는 평론가들 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악다구니를 쓰는 애국애족의 벌거숭이 꼬마들을 지켜보는 건 정말 한여름의 공포다." 많은 평론가들이나 기자, 관객들의 의견처럼 '디 워'의 스토리에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엉망'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은 공인으로서, 더구나 영화인으로서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그 다음 줄줄이 열거된 '게임시대 아이들' '악다구니' '벌거숭이 꼬마들' 등은 더 심했다. 이는 '디 워'를 본 관객들 전체의 수준을 자신만의 잣대로 폄하한 셈이 됐다.
"...700억이면 맘만 먹으면 적어도 350개, 혹은 퀄리티를 높여 100개의 영화로 매번 그 열정을 말할 수 있겠다...." 아마도 '심 감독 이상으로 힘들게 영화를 만들어온 사람들이 많다. 좀 알아달라'는 것으로 짐작된다. 충분히 공감 가는 말이다. 그러나 막상 이 글을 읽으면 마치 떼 쓰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느낌이다. 물론 독립영화인들이 힘들고,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것 역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 감독의 노력과 열정을 함부로 폄하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영화는 영화이지 애국심의 프로파갠다가 아니다...." 이송 감독은 '디 워'의 성공을 단지 애국심과 동정론을 유발하는 마케팅 때문인 것으로 단정짓는 우를 범했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처럼 관객들 취향 맞추기 어려운 나라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관객들이 불과 며칠만에 구름같이 몰려들었다는 건 '디 워'가 어떤 식으로든 장점을 지니고 있단 말이다.
이번 파문을 지켜보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 제기도 좋았고, 얼마든지 건전한 담론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송 감독은 감정에 함몰된 글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촉망받는 젊은 감독으로서, 비록 상대방과 생각은 달라도 표현방식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췄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 김천홍 기자 scblog.chosun.com/flash76 > 보다 상세한 내용은 블로그에 게재돼 있습니다. dada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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