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워 효과'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당초 '디 워'는 심형래 감독 전작들의 잇따른 실패와 개봉일 확정을 두고 빚어진 잡음 등으로 인해 '다크호스'로도 평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습게 보던 영화 한 편이 한국영화의 지형도를 바꿔 놓음은 물론, 사회 전체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먼저 '디 워'는 한없이 작아졌던 한국영화의 '파이'를 키우며, 한국영화 중흥의 불씨를 지폈다.
'디 워'가 개봉 5일 만 300만 육박하는 '대형사고'를 친 것도 그렇지만, 바로 전 주 개봉됐던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의 동반 상승효과까지 불러 일으킨 것만 봐도 그렇다. 개봉 첫 주 약 150만 관객을 동원했던 '화려한 휴가'는 둘째 주에 오히려 더욱 관객 수가 늘면서 지난 일요일(5일) 340만 관객을 돌파했다. 무려 7개월 만에 '그놈 목소리'가 갖고 있던 최고 흥행 기록(325만명)을 갈아치운 것이다.
최근 계열사인 메가박스를 매각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던 미디어플렉스를 비롯해 '디 워'에 투자했던 일부 기업 역시 증시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특히 국내 배급과 마케팅을 맡은 쇼박스는 간만의 흥행 소식에 더욱 힘을 내고 있다. 이를 두고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디 워'까지 망가질 경우 자칫 쇼박스의 입지까지 위태롭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디 워'의 성공은 한국영화 전체를 위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2004년 영구아트무비를 우수제도 기술연구센터(ATC)에 선정해 8억중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용가리'의 실패 후폭풍으로 심 감독이 소송에 휘말려 있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었지만, 산자부 담당자들은 그의 굳은 의지를 확인한 후 지원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원래는 기술 개발 성공시 지원금의 20~40％를 기술료 명목으로 징수하지만, 영구아트무비는 중간에 지원이 중단됐기 때문에 이 돈을 받을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3년 도입된 ATC제도가 남긴 훌륭한 성공 사례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평이다.
영화인으로의 변신을 꿈꾸는 개그맨들에게 '편견'이라는 장벽을 허문 것도 큰 성과로 꼽히고 있다. 개그맨 서세원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심형래가) 개그맨 출신이어서 안 된다는 편견을 깨 줘서 눈물나도록 고맙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올 들어서 이경규와 심형래, 두 개그맨 출신 영화인의 작품이 성공을 거두며 영화계 진출을 바라는 후배 개그맨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 밖에 '디 워'가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둘 경우 다양한 부가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게 됐다. 캐릭터 상품 판매 등 부가 수익 창출은 심 감독이 이무기 영화를 만들 때부터 구상해오던 핵심적인 부분. 국내 최초로 다음 달 14일 미 전역 20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디 워'가 현지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할 경우 캐릭터 상품, DVD 등 다양한 수입원이 창출될 전망이다. 극장 수입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시장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부가 판권 시장에서 85％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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