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ar(디워), Dragon(드래곤), 그 뒤의 Director(디렉터).

“왜 ‘워(war)’앞인데 ‘더(the)’라고 안하고 ‘디(the)’라고 하는 거야?”

심형래 감독이 영화 ‘디 워’를 소개하자 누군가 던진 질문이다. 제목만 듣고서 ‘드래곤’의 약자인 D를 ‘전쟁’명사 앞에 붙이는 정관사 ‘더(the)’로 오인하고 던진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지금 던진다면? ‘뉴스도 안보냐?’는 핀잔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요즘 거의 모든 매체들이 연일 심형래 감독과 ‘디 워’의 흥행 성적, 그리고 ‘작품성이냐 애국심이냐’라는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맛보기 동영상을 공개하며 궁금증을 유발시켰던 ‘디 워’는, 개봉 5일만에 3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저력을 발휘하며 역대 흥행성적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근래 한국 영화를 외면하던 사람들을 다시 극장가로 불러들이고 있는 영화 ‘디 워’는 역대 흥행 영화들과는 다르게 유독 영화평에 시달리고 있다.

‘디워’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 것일까?

개그맨 출신의 감독이 만든 영화, 할리우드에서 시사회를 갖고 미국의 1500개의 상영관에서 개봉할 예정인 영화, 순수 제작비만 300억이 들어간 영화 등 심형래 감독이 야심 차게 들고 나온 영화 ‘디 워’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이슈가 되고 있다.

‘디 워’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영화의 중심은 승천하는(혹은 해야 하는) ‘용’에 있다. SF영화에서 스토리보다 CG를 우선시 하는 심형래 감독이 “우리 기술로 볼만한 볼거리를 만들었다.”고 말할 만큼, 영화는 ‘이무기’에 공을 들였다.

인위적으로 만든 ‘용가리’가 아닌 ‘살아있는 용’을 보여주는 것이 ‘디 워’가 반드시 풀어야 할, 용가리 CG의 실패를 맛본 심형래 감독이 다시 반복하지 않아야 할 숙제였다.

영화 ‘디 워’가 공개된 후 전문가들은 ‘스토리 부족’, ‘향상된 CG, 그러나 디테일 하지 못한 실사와의 결합’이라는 평을 쏟아냈다. 반면 관객들의 대부분은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평가에 도전이라도 하듯, 한국 CG가 많이 발전했다는 평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한국적 소재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부정적 평가를 질타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대중이 전문가와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연일 보도되는 ‘디 워’ 기사에서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감독 심형래이다. 지금 영화 ‘디 워’의 감독 심형래는 영화 감독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며 영화 흥행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출연했던 TV프로그램들에서 영화 마지막 장면에 ‘아리랑’을 삽입하게 된 에피소드, 촬영을 위해 LA의 한 거리를 막아야 했던 상황 등, 영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영화와 별개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다. 그리고 ‘인간 심형래’가 만든 영화 ‘디 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금의 영화 ‘디 워’는 엉성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스토리도, 감독 스스로가 SF의 핵심이라 말하는 CG기술의 문제점도 중요하지 않다. 교묘한 애국 마케팅이라는 논란 속에서도 심형래 감독은 소위 ‘추종자’라고 할만한 지지세력을 확보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들이 공감한 감독의 ‘성공’을 위해, 한국 CG의 ‘발전’을 감상하기 위해, 혹은 가볍게 즐길만한 ‘우리’의 블록버스터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고 있다.

영화 '디워', 작품성인가…애국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