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ABC] 멘델스존·슈만·말러의 공통점은?

멘델스존·슈만·말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들은 모두 서양 고전 음악의 유산을 이어간 작곡가인 동시에, 당대에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알렸던 음악인들입니다.

‘지휘자’ 펠릭스 멘델스존은 바흐 사후(死後)에 잊혀져 있던 걸작인 ‘마태 수난곡’을 지휘하며 이 곡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슈만은 오른손을 다쳐 작곡에 매진하기 전까지 피아니스트로 포부를 키우고 있었고, 구스타프 말러는 빈 궁정 오페라 극장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등을 누볐던 당대의 ‘마에스트로’였습니다.

이 음악가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빼어난 여성 음악가들이 곁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멘델스존의 네 살 손위 누이인 파니 멘델스존(Fanny Mendelssohn)은 유복한 유대계 은행가의 딸로 태어나, 동생과 함께 음악 교육을 받으며 작곡과 피아노의 꿈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음악이 네 동생의 직업이 될 것 같지만, 네겐 ‘장식’이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파니는 42세로 요절할 때까지 틈틈이 피아노 곡과 피아노 3중주, 오케스트라 곡 등을 발표합니다. 프랑스 작곡가 샤를르 구노는 “작고 가냘팠지만 빼어난 지성을 갖추고 있었던 피아니스트”로 파니를 기억합니다.

슈만의 아내 클라라(Clara Schumann)는 리스트와 함께 19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피아니스트로 음악사에 이름이 남아있습니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21세에 슈만과 결혼하기 전에 이미 독일 순회 연주회를 열었고, 남편이 숨진 뒤에도 프랑크푸르트 음악원의 피아노 교사로 재직하며 전문 피아니스트로 활동했습니다.

작곡가 말러의 부인 알마(Alma Mahler) 역시 결혼하기 전까지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했으며, 남편처럼 실제 가곡을 쓰기도 했습니다.

최근 ‘그 남자 곁의 그 여인들’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합니다. 남편이나 남동생의 이름에 상대적으로 가리어있던 이들에게 ‘진짜 이름’을 부여하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알마 말러가 쓴 16곡의 가곡을 소프라노 샬롯테 마르지오노가 부른 음반(글로브)이 최근 국내 소개됐습니다. 클라라 슈만의 처녀적 이름을 딴 실내악 앙상블 ‘클라라 비크 트리오’는 클라라 슈만과 파니 멘델스존의 피아노 3중주를 묶어 여성 작곡가의 작품들을 조명하는가 하면,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는 피아니스트 아쉬케나지와 호흡을 맞춘 음반(데카)에서 남편 로베르트 슈만과 아내 클라라의 가곡을 병치시킵니다. ‘부부 사이엔 촌수가 없다’는 말처럼 따뜻한 슈만 부부의 가곡은 서로 다른 듯 똑 닮아있습니다.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여성 작곡가의 작품을 조명하는 건, 정치적으로 올바를 뿐 아니라 음악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멘델스존, 슈만, 말러의 이름을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이름으로 기억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