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우회 전법

〈제11보〉(145~162)=좌변은 흑이 먼저 터를 잡은 곳. 중앙 쪽에도 흑의 철벽이 병풍처럼 버티고 있다. 그럼에도 단기 필마로 뛰어든 백은 쉽게 잡힐 것 같지 않다. 포위에 나선 흑군과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혀 누구 수가 빠른지 판단하기 어렵다. 난해한 육박전이건만 두 기사의 손길은 거침이 없다. 과연 누구의 수읽기가 더 빠르고 정확할까.

 

145, 147은 일단 필연. 백은 148에 뛰어 일단 ‘본체(本體)’를 연결해간다. 흑도 이제는 151을 생략할 수 없다. 백 152의 파호 역시 당연한 수. 이로써 좌변 흑 일곱 점과 중앙 백 두 점 간의 수상전이 최후의 승부처로 등장했다. 155는 수를 늘리자는 뜻. 여기서 참고 1도 1로 막는 것은 16까지 흑이 한 수 빠르다.

그렇다면 참고 2도 1의 파호는 어떨까. 이것은 5로 버틸 수밖에 없는데 10에 이르러 백의 궤멸이다. 156은 한가해 보이지만 생각다 못한 우회작전이었던 셈. 하지만 156은 참고 2도의 A를 미리 두어놓는 효과가 있다. 자, 162 이후 좌변의 복잡한 전투는 어떻게 마무리 지어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