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펭귄을 썰렁하다고 했나

‘덜 떨어져 보이는 함량 미달 부실 펭귄의 인생 극복 성공 스토리.’ 무척이나 도덕적이고, 그만큼 전형적인 권선징악을 따르고 있는 듯하다. 기본 틀만 가지고 본다면야 ‘지루해!’를 남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9일 개봉한 영화 ‘서핑 업’(전체관람가)는 예상을 뒤엎고 뒤통수를 때린다. 아주 기분 좋게.

애니메이션이지만 그냥 ‘만화적 상상력’에 만족하지 않는다. 요즘 인기 있는 ‘리얼리티 쇼’ 같은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서핑의 신 ‘빅 Z’ 덕에 서핑에 푹 빠진 주인공 ‘코디’(목소리 샤리아 라보프)를 인터뷰하면서 그의 과거의 삶을 되돌아보는 페이크(가짜) 다큐멘터리 기법을 도입했다. 주인공 코디는 그림 속에 한정된 이미지가 아닌, 실제로 있었던 사건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게다가 발을 까닥일 정도로 유쾌한 음악, 코믹한 캐릭터 설정 탓에 스토리의 ‘전형성’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서술 기법보다 한 차원 더 높게 뒤통수를 때리는 건 실제 화면을 그대로 보는 듯한 사실적인 질감.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포물선을 그리며 솟구쳐 오르는 파도, 은모랫빛 백사장과 꽃잎 하나하나까지 정말 거의 흠잡기 힘들 정도다.

주인공 코디는 타고난 ‘못난이’. 하지만 그에게도 탁월한 능력이 있으니, 바로 어릴 적 ‘빅 Z’에게 목걸이를 선사 받은 이후 서핑에는 따라올 자가 없다는 것이다. ‘빅 Z’ 추모 10주년 기념 서핑 대회에 참가하게 된 코디는 단짝 친구 수탉 치킨 조, 첫 눈에 반한 해상 구조요원 라니 덕에 상대 펭귄들의 놀림도 이겨내게 된다. 그러다 벌인 탱크와의 경기에서 완벽하게 패하게 되고, 죽은 줄 알았던 마음속의 영웅 빅 Z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제대로 된 서핑 실력을 키운다. 무엇보다 당장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몽실몽실해 보이는 아기 펭귄 3형제의 ‘까칠 연기’가 감칠 맛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