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불계승

〈제12보〉(163~177)=이세돌의 약점은 무엇일까. 과거엔 종반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으나 요즘엔 그렇지도 않다. 형세 판단과 계산 능력까지, 도무지 흠을 찾기 힘들다는 게 동료 기사들의 평가다. 사실 판을 마무리 짓는 안정감이야말로 바둑 승부의 최대 기술일지 모른다.

이세돌의 손길이 3분 가량 멎었다. 마지막으로 수순을 재점검한 시간이다. 그리곤 확신에 찬 손길로 163부터 ‘집행’을 시작했다. 우선 165부터 170까지는 기분 좋은 선수 활용. 이어 171로 수를 메웠다. 바둑은 끝났다는 표정이다. 172는 일종의 꼼수. 흑이 자칫 174로 끊어가는 것은 참고 1도 6까지 덫에 걸린다. 이래선 물론 대역전이다.

174로 이어 버텼지만 177까지 백의 한 수 부족으로 바둑이 끝났다. 174로 177에 들여다보면 참고 2도가 외길인데 역시 흑이 한 수 빠르다. 허탈한 표정으로 돌을 거두는 왕레이. 16강전 여덟 판 중 가장 먼저 끝났다. 이세돌이 더 볼 일이 없다는 듯, 곧바로 일어서더니 바람처럼 대국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