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가 잘 보여… 더 오르고 싶다”

바둑계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는 박영훈(22) 九단을 만났다. 13일 현재 42승 13패, 그중 14연승과 13연승이 한 차례씩 포함돼 있다.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접전 중인 GS칼텍스배 본선 리그에선 6전 전승으로 단 한 판만 남기고 있고, 이창호 이세돌이 탈락한 농심배에선 대표 선수로 선발됐다. 국수전과 원익배에서도 순항을 거듭, 기성에 이어 타이틀 추가를 노리는 중이다. 현역 후지쓰배 챔프인 그는 다음 날 중환배 출국 준비로 바쁜 모습이었다.

―요즘 성적이 경이적이다. 특별한 비결이 있나?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수가 잘 보인다고 해야 할지… 컨디션이 좋은 느낌이다. 한두 판 이기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 것이 쌓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한국기원에서 발표하는 랭킹에서 몇 년간 거의 붙박이처럼 4위를 지키다가 처음 3위로 올라왔다. 최철한과 자리바꿈한 데 대한 소감은.

“3등은 처음이다. 그동안 철한이가 나보다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4위에 불만 같은 건 없었고, 그걸 뒤집게 돼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다.”

―이제 위쪽으론 이창호와 이세돌뿐이다. 언제쯤 이들을 앞설 수 있을까. 둘 중 누가 더 어렵나?

“세돌이 형은 싸움이 붙었을 때 모두 다 읽고 두는 느낌이다. 수읽기가 무지 세다. 이창호 사범님은 노련미와 판단 능력에서 여전히 최고다. 두 분 모두 아직은 버거운 상대들이다. 3위 유지도 간단치 않다. 무서운 후배들이 워낙 많아서…(웃음).”

―어떤 후배들이 그렇게 무서운가?

“한두 명이 아니다. 굳이 몇 명만 꼽는다면 이영구 윤준상 강동윤 김지석 등이 역시 만만치 않다. 그리고 박정환(93년 생) 二단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공부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하루 몇 시간 어떤 식으로 훈련하는지?

“하루 평균 5시간쯤? 그 정도는 다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로 기보를 놓아보고 실전은 드물게 한다. 한 판에 15분 정도 걸릴까… 빠르게 감각 위주로 본다. 어릴 때부터 이 방법이 몸에 익었다.”

―형세판단과 끝내기 능력이 최고란 평을 듣기 시작했다. 반 집 이하 계산까지 정확히 하는 것으로 소문났더라. 어떻게 하면 종반이 강해지나?

“내 경우 기보를 놓아볼 때는 전투보다 끝내기와 형세에 더 초점을 맞추고 수를 따라간다. 내 바둑 때는 계가를 무수히 반복한다. 긴 시간 바둑에다 미세할 경우, 한 50번쯤 할 때도 있다. 3분의 1집이나 4분의 1집까지는 정확한 계산이 나오지만 그 이하는 느낌으로 한다.”

―긴 바둑과 속기, 둘 중 어느 쪽이 더 편한가. 기풍 변화를 겪은 적이 있나?

“입단 초기엔 실리에 지나치게 민감했는데 요즘엔 두터움을 많이 의식한다. 그때에 비해 안목은 다소 넓어진 것 같다. 한때는 속기가 강하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요새는 긴 시간 대국이 더 편하다.”

―올해 중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외국 기사 중 껄끄러운 상대를 꼽는다면?

“삼성화재배 농심배 중환배 등 국제 기전에서 내 몫을 하고 싶다. 구리(古力), 장쉬(張木羽), 쿵제(孔杰) 등에게 승률이 안 좋은 편이다. 국내에선 GS배가 욕심이 난다.”

―건강 단련은 어떻게 하나. 여가 생활은?

“한때 복싱을 조금 하다가 요즘엔 쉬는 중이다. 체력 배양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시간이 날 때는 게임도 하고 음악도 듣는다. 양파와 아이비 노래를 즐긴다.”

―10년 뒤의 본인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32세의 가장(家長). 아들 딸 하나씩 정도쯤 있겠죠?(웃음). 제자도 둘 수 있다. 바둑계에서 그래도 아직은 정상권 멤버라는 소리를 들어야 할 텐데…. 이제부터 더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