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와 MBC의 ‘불협화음’

첼리스트 장한나와 MBC측이 장한나의 지휘 데뷔 과정을 방송한 MBC의 TV 프로그램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MBC 외주제작센터의 이채훈 PD(부장)는 최근 발송한 이메일에서 “오케스트라 돈 지불해서 지휘 데뷔시키고 체재비와 최고급 차량을 대주고 방송까지 3번 해주는데, 신인 지휘자 주제에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고 생각할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이메일은 13일 현재 음악계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으며 양측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MBC는 지난달 24·31일과 지난 7일 3차례에 걸쳐 심야 교양 프로그램인 ‘MBC 프라임’을 통해 장한나의 지휘 데뷔를 다룬 ‘특별 기획 3부작’을 방송했다. MBC는 장한나가 미국 뉴욕서 지휘 연습하는 장면과 지난 5월 성남에서 열린 청소년 연합 관현악단과의 공연 장면, 베토벤의 작품 세계에 대한 장한나의 해설 등을 소개했다. MBC는 외주제작을 통해 이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기업 두 곳으로부터 2억원을 협찬 받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담당한 이 PD는 ‘장한나 지휘 데뷔 뒷이야기’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장한나의 지휘 데뷔를 주선하고 프로그램화하기 위해 모든 일을 떠맡아 추진한 MBC는 사실 방송사로서 출연자에게 해줄 일을 다해준 셈”이라며 “그러나 장한나측은 몇 차례나 새로운 이유를 대며 ‘방송 불가’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 PD는 이 이메일에서 ‘인간 같지 않은 것들’ ‘패륜아’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표현으로 장한나측을 비난했다. 이 PD는 음악 및 방송계 인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냈으며, 이메일을 받은 지인(知人)이 다시 국회의원과 공연장 담당자, 음악인과 언론인 등 40여 명에게 이메일을 전달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장한나측은 “청소년 음악 교육을 위해 출연료를 받지 않고 무료로 2년에 걸쳐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지휘 및 해설하기로 했는데, 담당 PD가 제작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를 모두 연주자측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장한나측은 “연주 당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카메라 촬영 담당자도 단 1명이었고, 방송 구성과 대본을 담당하는 작가도 촬영이 끝난 뒤에야 합류했다”며 “그런데도 휴가를 반납하고 호주 연주까지 취소하면서 연주와 방송을 위해 준비한 연주자에게 방송 후에 뒤늦게 책임을 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한나측은 “방송사측은 심지어 교향악단 섭외와 방송 촬영까지 제대로 준비한 것이 없었고, 협찬 받은 예산 내역대로 집행하는지도 의문이었다”며 “이 PD측의 거짓말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이번에 우리가 세상 교육을 단단히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한나측은 “어린이 음악 교육을 위해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상처가 크다”고 말했다.

양측은 지난 5월부터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장한나측의 의견 반영과 방송 편집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이 프로그램은 당초 2년여 계획으로 베토벤 교향곡 전곡(9곡)을 방송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