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스며든 아리랑

일제시절 은밀히 불렸던 국민민요 ‘아리랑’은 독립을 향한 염원과 한(恨)이 서린 노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임진왜란에서 일제 강점기까지 강제징용으로, 혹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던 우리 민족에 의해 아리랑은 일본에도 뿌리를 내렸다. 그런 아리랑의 감춰졌던 모습을 보여주는 특별전시회가 지난 14일부터 오는 10월 말까지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다.

아리랑학교 주최로 정선 ‘추억의 박물관’에서 열리는 ‘아리랑, 일본에 스며들다’ 특별전시회는 임진왜란 이후 1990년대까지 ‘일본과 아리랑’의 색다른 조합을 보여준다. 일제가 아리랑이란 노래를 탄압하고 금지곡으로 삼았지만, 일본으로 흘러 들어가 널리 불렸음을 100여 종의 희귀자료 원본을 통해 보여준다.

상징적인 것이 ‘이츠키(五木) 자장가’다. 임진·정유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들이 구마모토(熊本)현의 이츠키에 정주하면서 조국을 그리며 부른 노래로, 일본에서 널리 불리는 자장가다. ‘일본의 아리랑’이란 평가를 받는 이 노래를 담은 SP음반이 전시된다.

유명가수 아라이 에이이치(新井英一, 한국명 박영일)가 아버지 고향인 포항 청하를 노래한 ‘청하 아리랑’을 비롯, 1920년대 이후 일본음반사인 콜롬비아, 다이헤이, 기린레코드가 발매한 아리랑 음반도 전시돼 있다.

정선의 아리랑학교는 아리랑 전승보존과 교육을 위해 1993년 여름 문을 열었고, 전시회가 열리는 추억의 박물관은 정선 방제1리의 ‘매화분교’ 폐교건물을 임대 받은 것이어서 주차공간이 넉넉하다. 입장료를 묻자 진용선 관장은 “정선군의 옛 함백탄광 마을에서 물건 2000원어치를 사면 주는 동그란 딱지를 받아오면 무료”라고 말했다.

(033)378-7856. http://www.arirangschoo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