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무더기 예매, 밤엔 취소

지난 7월 18일 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서 티켓 발매를 시작한 대형 뮤지컬 A(8월 공연 예정)는 이날 낮 시간 동안 인터파크 공연 예매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날 밤에는 당일 랭킹이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튿날에도 ‘판박이’처럼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낮엔 1위로 기세를 올렸다가, 밤만 되면 자취를 감추는 기현상이 반복됐다. 확인 결과, 제작사 직원들이 오전에 A 공연 티켓을 대량 구매한 뒤, 저녁에 다 취소하는 방식으로 순위를 사실상 ‘조작’한 것이다. 이를 발견한 인터파크 담당자는 이 공연 제작사에 전화해 “이런 ‘장난’ 말아달라”고 경고했다.

공연 예매 순위가 편법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출판사의 ‘사재기’나 가요계의 ‘순위 조작’과 비슷한 일이 공연계에도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일부 공연 제작사들은 카드 결제의 경우, 당일 취소는 수수료(이튿날부턴 표값의 10%)가 없다는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 ‘사재기’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방식과 달리, 사실상 순위 조작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접속자가 많은 낮 시간에는 이렇게 조작된 랭킹이 ‘관객이 많이 찾는 공연’이라는 착시(錯視) 현상을 부를 수 있다. 한 예매사 직원은 “A 공연은 너무 표나게 장난을 쳐 발각됐지만, 랭킹 6위권 이하에서는 소량 구매로도 얼마든지 탄로나지 않고 순위 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A 공연 제작사는 이번 조작 사실을 시인하며 “부끄러운 일이지만, 다른 제작사도 조금씩은 하고 있는 관행”이라고 말했다. 자체 기획 공연의 티켓 예매가 시작되는 날 ‘랭킹 1위 등극’은 모든 공연 제작사의 바람이다. 마케팅 압박도 심하기 때문에 쉽게 ‘조작’의 유혹에 넘어간다는 얘기다. 인터파크는 특히 1시간 단위로 예매 상황을 업데이트하면서 실시간으로 예매 순위를 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객의 주목도가 높고, 공연 기획사들도 순위 경쟁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공연계 관계자는 “기업의 단체 구매를 이용해 순위를 올리기도 하고, ‘알바’를 풀어 예매 사이트에 좋은 공연 후기를 남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터파크의 경우 성수기가 아닐 때는 하루 평균 6000장의 티켓이 팔린다.

특정 공연에 100장만 쥐었다 놓아도 가파른 순위 상승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 시간마다 역동적인 랭킹 변동을 확인할 수 있는 즐거움’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인터파크는 이번 조작 사태를 확인한 뒤에 당장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김동업 인터파크 대표는 “구매 후 당일 취소 고객에게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법, 최대 20장으로 되어 있는 1인당 하루 구매량을 4~8장 정도로 줄이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