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리뷰] '스타더스트' - 모험시작까지 지나친 뜸들이기

'하늘의 별이라도 따 주겠다!' 사랑에 빠진 남성들이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써먹는 고전적 레퍼토리 중 하나다. '별 부스러기'라는 뜻의 영화 '스타더스트'(15일 개봉)는 바로 이 허무맹랑한 약속 때문에 빚어지는 판타지를 소재로 하고 있다.

어느 날 신비의 별 하나가 마법의 영토 '스톰홀드'에 떨어진다. 마침 그 때 짝사랑하던 빅토리아(시에나 밀러)에게 사랑 고백을 하던 인간 마을의 청년 트리스탄(찰리 콕스)은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저 별을 가져다 주겠다'고 허풍을 치고 만다.

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한 별 이베인(클레어 데인즈)을 노리는 것은 트리스탄 뿐만이 아니다. 늙은 마녀 라미아(미셸 파이퍼)는 영원한 젊음을 얻기 위해 이베인의 심장을 도려내야만 하고, 스톰홀드 왕국의 세 왕자는 왕위를 얻기 위해 이베인을 노린다. 위험천만의 여정. 그럼에도 이미 사랑에 눈 먼 트리스탄은 빅토리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영화는 지난 97년 발간돼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1위,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 등에 선정됐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원작자인 닐 게이먼이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예고편에서 보여진 것처럼 화려한 영상과 웅장한 스케일은 돋보인다. 클레어 데인즈, 시에나 밀러, 미셸 파이퍼 등 미녀 군단과 피터 오툴, 로버트 드 니로, 찰리 콕스 등 호화 출연진은 영화에 무게감을 한층 더했다.

그러나 이처럼 알찬 콘텐츠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왠지 헐렁한 느낌을 준다. 본격적인 모험의 여정이 시작되기까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뜸들이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원작 소설은 발간 당시 '현대판 클래식 동화'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영화 역시 '클래식'의 유장한 템포를 연상시킨다. 실력파 댄스가수와 래퍼들이 총출동해 정작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격이랄까.

그래도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생생한 특수효과는 제법 볼 만 하다. 새장 속에 갇힌 초미니 코끼리, 하늘을 나는 해적선, 저택으로 변하는 마차 등 재미난 볼거리들이 등장해 지루함을 덜어준다. 한때 최고의 섹시걸로 꼽혔던 미셸 파이퍼는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한참 어린 클레어 데인즈를 미모로 압도한다. 마녀의 모습을 혐오스러울 만큼 생생하게 재현했지만, 치명적인 섹시함은 여전하다. 30대 이상 남성 관객이라면 오랜만에 그녀의 섹시함을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그럭저럭 의미는 있겠다.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