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벗어난 기대

〈제3보〉(41~52)=박정상은 단 3개월 만에 무려 4개 단(段)을 점프한 이색 기록의 보유자. 2006년 4월 五단이었던 그는 승단 점수를 채워 5월 六단이 됐고, 6월 전자랜드배 준우승으로 또 한 단이 올랐다. 뒤이어 7월 일본서 열린 제19회 후지쓰배 결승서 중국 저우허양(周鶴洋)을 제압, 규정에 따라 다시 2단계를 ‘월반’했다. 2000년 입단 이후 7년 만의 입신(入神) 역시 매우 희귀한 기록이다.

백 42는 축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 이때 흑은 43으로 참고도 3까지 좌상귀를 접수하는 것이 옛 정석으로, 한동안 흑이 좋다고들 했다. 그러나 요즘엔 4가 호처여서 백이 오히려 두텁다는 재해석이 내려졌다. 43으로 일단 나가 48까지 응수시킨 뒤 49로 뚫는 것이 ‘최신 버전’이다.

“이 바둑을 두기 얼마 전 51로 52에 단수치고 백 51 때 흑 ‘가’에 둔 중국 기보를 보았었다. 그건 백이 좋아서 그런 진행을 기대했는데 실전처럼 두어오더라.” 박정상의 웃음 섞인 회상이다. 셰허도 많은 연구가 있었다는 방증. 52까지 한치 앞을 모를 난전으로 번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