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갇힌 한 사내의 처절한 복수극

오대수라는 자신의 이름을 ‘오늘도 대충 수습하며 살자’라는 식으로 냉소적으로 풀이하는 이 남자(최민식). 아내와 딸을 둔 평범한 샐러리맨에 불과했던 그의 삶이 갑자기 악몽으로 돌변한다.

누군가가 그를 납치, 이유도 알려 주지 않은 채 사설 감금소에 가둬 버린 것이다. 급기야 십수 년의 세월을 독방에서 갇혀 지내게 된 그는 스스로가 그간 저지른 모든 악행들의 기록을 작성하는 동시에 언젠가 이곳에서 풀려나가 자신을 가둔 자에게 복수할 날이 오기를 꿈꾼다.

그리고 꼬박 15년의 세월이 지난 뒤 그는 다시 세상에 나온다. 우연히 미도(강혜정)라는 여자를 만나 함께 지내는데, 이후 누가 자신을 가두었는지, 왜 가두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던 오대수 앞에 마침내 납치 장본인인 이우진(유지태)이 나타난다.

박찬욱의 네 번째 장편영화이자 이른바 ‘복수 삼부작’의 두 번째 영화다.

복수란 정의의 사적(私的) 집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박찬욱의 전작 ‘복수는 나의 것’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의 연쇄를 건조하게 묘사함으로써 흥미롭게도 복수의 비개인적 메커니즘을 묘파한 영화인 반면, ‘올드보이’는 복수의 ‘사적’ 측면, 즉 원한이라고 하는 감정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이 점에서 ‘올드보이’는 고전 비극의 세계보다는 남성 멜로드라마로서의 한국액션영화의 전통에 훨씬 더 가까이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이때 미스터리의 구조를 빌려 에둘러 말해지는 근친상간의 판타지는 음습하고 뒤틀린 화면구성과 결합, 보는 이를 도착적이고 치기어린 영화적 세계의 극한까지 몰고 간다. 200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2003년, 120분, 컬러영화,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