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어도 해피엔딩' 예지원, 죽도록 웃기다

국제 영화제 수상을 위해 출국을 앞둔 배우 지원의 집에 네 남자가 들이닥친다. 온갖 해프닝이 범벅되면서 네 남자가 사고로 하나씩 죽어간다. 지원은 매니저 두찬(임원희)과 함께 시체를 숨기면서 해피엔딩을 만들어보려 발버둥치지만 상황은 꼬여만 간다.

지난 목요일(23일) 개봉된 영화 '죽어도 해피엔딩'은 예지원의, 예지원을 위한, 예지원에 의한 영화다.

극중 살인무기는 동태나 헤어드라이어. '달콤 살벌한 연인'처럼 김치냉장고를 엉뚱한 용도로 활용(?)하는 등 황당한 상황이 이어진다. 예지원의 독특한 캐릭터가 힘을 발하지 못했더라면 관객들은 상황 몰입에 애를 먹었을 터. 그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과장된 목소리와 몸짓이 관객들에게 자연스러운 웃음을 이끌어낸다. '올드 미스 다이어리' 등에서 보여준 사랑스러운 캐릭터에 야릇한 매력이 더해진 느낌.

"백지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봐요. 밑줄 달아가면서 심각히 연구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젖어들어가기 위해 노력하죠."

자신에게 구애하던 네 남자가 차례로 죽어나갈 때마다 눈은 더욱 커지고 목소리는 다급해진다. 오버 연기의 극치를 보여주지만 카메라 밖에서도 그런 스타일일 듯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과장과 일상을 편하게 오가는 내공이 대단하다.

그렇다면 실제 성격은? '4차원'이긴 한데, 소탈하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솔직담백한 대답이 돌아온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노처녀를 주로 맡았잖아요. 그간 다이어트 필요성을 크게 못느꼈죠."

원래는 걸어다니는 간식 상자다. 눈 앞에 초콜릿이 왔다갔다할 때는 집 근처 편의점에 가서 20여분 구경을 하다 나온다. 심각히 인터뷰를 할 때마저도 다음 식사 메뉴를 고민한다니, 대단한 미식가인 셈이다.

"촬영 전 살인적인 감량을 해 완벽 44사이즈를 만들었어요. 드레스 피팅을 한 날 독하게 마음을 먹었죠. 그 뒤 3주만에 7㎏을 뺐어요."

'죽어도 해피엔딩'은 프랑스 영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1999년)를 리메이크한 작품. 순제작비 17억원의 저예산 영화로, 촬영 일정이 상당히 빡빡했다. 특히 세트 촬영 때는 며칠을 꼬박 새우는 살인적인 스케줄이 이어졌다. 그래도 "관객 반응이 무척 좋아 힘이 난다"는 것을 보니, 제대로 된 해피엔딩인 셈이다. "크랭크 업 이후 방심했더니 허리 사이즈가 금방 늘어나더라"고 엄살을 부리지만, 틈틈이 뮤지컬 무대 도전을 준비하는 완벽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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