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낙관과 비관

〈제10보〉(140~155)=실제 형세보다 자신의 우세를 과신하는 경향의 기사를 ‘낙관파’라 부른다. 그 반대는 물론 ‘비관파’다. 전자는 자꾸 물러서다 지고, 후자는 공연히 무리하다 진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기계파’쯤 될 것이다. 이런 구분이 있다는 건 귀신같다는 프로기사들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란 방증이다.

 

140 문제수. 141자리 호구로 받아 아무 문제 없었다. 142로라도 145에 이었으면 참화는 면했을 것이다. 143의 급소 일격이 떨어지고 보니 심상치 않아졌다. 150으로 참고 1도 1은 8까지의 반격이 성립한다. 결국 152까지 흑이 선수로 물경 12집을 해치웠다. “순식간에 역전 당했다. 후회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었다.”(박정상)

154도 참고 2도가 있어서 생략할 수 없다. 하지만 이때 떨어진 155가 흑으로선 천추의 한을 남긴 한 수. 우선 눈에 보이는 ‘현찰’부터 챙겼다는 것은 셰허가 아직도 실제 이상으로 형세를 비관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물실호기, 백이 요령소리 나게 달려가 다시 우위에 서게 된 다음 착점은 과연 어디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