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박영훈 9부능선 안착

리그전의 묘미는 최고의 영웅 호걸들이 서로 치고받는 난타전을 연속 감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 어떤 강자도 한 판 삐끗하면 대진표에서 사라지는 토너먼트에선 볼 수 없는 재미다. 국내 대표적 리그제 방식 타이틀인 명인전과 GS칼텍스배가 숨 막히는 선두싸움을 계속해온 지도 7개월 여가 넘었다. 치열한 막바지 경쟁에 돌입한 두 리그전의 무시무시한 도산검림(刀山劒林) 속으로 들어가 본다.

우승 상금 1억원 강원랜드배 명인전… 이세돌 2판 남겨 

우승 상금 1억원은 국내 타이틀 사상 최초이고 ‘10명 풀 리그 방식’은 세계 최초다. 난타전을 피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뜻이다. 리그 1·2위 기사가 결승 5번기를 펼치게 돼 있다. 현재 선두는 6승 1패의 이세돌로 김지석(9월 11일) 및 이영구(9월 13일)와의 2판만을 남긴 상태. 2국 중 1국만 이겨도 이세돌은 무조건 1위로 결승에 진출한다.

이세돌이 2판을 모두 져 6승 3패로 리그를 마감했을 경우 약간 복잡해진다. 현재 3패를 기록 중인 기사는 목진석을 비롯해 박정상 조한승 김지석 이영구 등 4명. 이들 중 끝까지 3패를 유지하는 기사가 1명뿐이면 그가 이세돌과 최종 결승을 치르게 된다. 2명 이상 배출될 경우엔 이세돌과 함께 토너먼트 방식으로 동률 재대국을 거행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세돌의 결승 진출 가능성은 산술적 확률만으로도 이미 90%가 훨씬 넘는다는 진단.

결승진출 희망이 사라진 기사들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상황이다. 내년 본선리그 시드권이 상위 3명에게만 주어지기 때문. 게다가 리그 참여자의 상금은 역시 리그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최종 순위에 따라 차별 지급하게 돼 있다. 차기 시드권 다툼이나 종합 순위 결정의 경우는 동률이 발생해도 재대국 없이 올해 서열 우선으로 결정한다. 금년 리그 서열은 이창호 김승준 목진석 조한승… 의 순이다<대진표 참조>.

GS칼텍스배… 박영훈 전승 도전 노려 

현역 타이틀 보유자 이세돌에 도전할 도전자를 뽑는 과정. 8인 리그에서 최고 성적을 올린 기사 1명이 도전 5번기에 진출한다. 전체 일정의 75%를 소화한 현재 선두는 박영훈으로 6승 무패이고, 그다음이 4승 1패를 기록 중인 조한승이다. 이들 2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올해 도전권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박영훈의 남은 한 판이 바로 조한승과의 일국이다. 박영훈이 그 판마저 이긴다면 전승 도전자가 된다. 2국이 남은 조한승의 입장에선 박영훈은 물론이고 이창호도 꺾어야 한다. 그런 뒤에도 박영훈과의 동률 재대국이 또 기다리고 있다. 수학적으로만 따져도 12.5%의 험로다. 거꾸로 박영훈은 사실상 도전권 고지 9부 능선에 안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체의 절반인 4명만 차기 대회 본선 시드를 받고 하위권 4명은 내년에 예선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1~8위의 상금이 엄격히 차별 지급된다. 이 때문에 막판에 돌입했음에도 리그전의 약점으로 꼽히는 ‘버리는 판’이 거의 없을 만큼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우승 및 준우승 상금은 각각 5000만원, 1200만원.

도전권 싸움에선 비켜났지만 역대 이 대회 최다우승(5회) 기록 보유자인 이창호가 몇 위로 리그를 마감할지도 관심사다. 그는 초반 박영훈에 일격을 당하면서 부진에 빠져 현재 1승 2패로 최하위권에 처져 있다. 하지만 도전권을 겨냥 중인 조한승, 3위를 달리고 있는 목진석(3승 2패)전 등 주요 대국들을 남겨 전체 판도결정의 열쇠를 쥔 ‘킹 메이커’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