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보급하다가 사랑을 만났어요”

독일서 보급 활동 중인 윤영선(30) 五단이 내달 29일 하노버시의 한 교회에서 화촉을 밝힌다. 신랑은 연하의 독일 청년 라스무스 부흐만(26). 내년 봄 졸업을 앞둔 수학 전공 대학생이다. 한국 여류기사의 국제 결혼은 권효진과 중국 웨량(岳亮) 커플 이후 두번째다.

2004년 여름 폴란드서 열렸던 유럽 바둑 콩그레스 때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빈번히 양국을 오가거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등 열애를 계속해 왔다. 유럽 바둑 보급이란 오랜 꿈을 실행하기 위해 윤 五단이 지난해 4월 독일로 떠나면서 둘은 더욱 가까워졌고, 어느 레스토랑에서 부흐만씨가 준비한 반지로 프러포즈함으로써 결혼으로 이어지게 됐다.

부흐만씨의 바둑 실력은 아마 2단으로 현지에선 상당한 수준. 윤 五단은 신랑에 대해 “성격이 너무 착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매운 음식을 나보다 더 즐긴다”고 소개했다. 90년대 여류국수전 4회 우승 등 국내 간판 여류로 활약했던 윤 五단의 요즘 일과는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 각종 대회 및 세미나에 초청이 밀려있는데다 클럽에서의 강의와 개인 및 단체 레슨, 저술활동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라는 것.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서 어머니와 남동생, 동료 프로기사 및 친구 등 모두 8명이 출국할 예정이다. 대만 출신으로 한국에서 입단한 친구 장정핑(張正平) 초단도 날아온다. 시부모는 판사와 대학 교수, 시누이는 의사. 시댁 식구들은 매일 음악에 묻혀 산다고 했다. 왕년의 여류국수는 넘치는 행복감 속에 독일 땅에서 눈부신 가을 맞이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