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연속 실기(失機)

〈제11보〉(155~175)=155는 자체론 꽤 큰 곳. 백 ‘가’를 예방하며 귀를 튼실하게 지키고 있다. 훗날 157로 뛸 경우 163, 165의 역끝내기 8집까지 보장 받는다. 하지만 지금은 좌변이 더 컸다. 156이 반상(盤上) 최대. 이 수로 바둑은 다시 알 수 없는 형세로 변했다. 그렇다면 155로는 어디로 두어야 했을까.

 

대국자인 박정상, 이 바둑을 검토한 박영훈은 입을 모아 참고 1도 1의 곳을 제시했다. 백이 2로 좌변을 견제해 오면 그때 3을 차지한다. 7까지의 진행은 미세하지만 흑이 두텁다는 것. 참고 2도 백 2면 3, 5로 변신해 역시 흑을 들고 싶다는 결론이었다. 흑은 소원대로 155, 157을 차지했으나 156, 158, 160으로 좌변 임자가 바뀌었다.

반 집을 다투는 마무리 끝내기가 불을 뿜기 시작한다. 167부터 174까지는 이렇게 정리될 곳. 그런 뒤 175로 마늘모했다. 중앙에 살집을 붙이는 호처. 하지만 타이밍이 문제였다. 선행 수순을 놓치는 바람에 175가 흑이 패하는 첫 걸음이 돼버린 것. 어떤 수순이 빠졌을까. (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