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가족의 힘

〈제12보〉(175~183)=항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프로기사들은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까. 박정상의 경우엔 어머니와 함께 쓰는 일기가 있다. 아들이 힘들거나 괴로울 때 속 마음을 글로 털어놓으면 어머니는 따스한 격려의 메시지를 남기곤 한다. 그게 대학노트로 2권 분량에 달했을 때 아버지가 책으로 출판해 주었다. 세계를 제패한 박정상 바둑의 원동력은 ‘가족의 힘’이다.

175는 먼저 179로 붙여갈 찬스. 참고 1도 백 2로 받으면 3에 껴붙여 백이 난처하다. “179로 오면 어떻게 받을까 고심하고 있었다. 참고 2도 2, 4로 버틸 수밖에 없는데, 그랬더라면 극미(極微)한 형세가 됐을 것이다”(박정상).

178 때 179에 붙여왔지만 한 발 늦었다. 181에 백은 힘차게 182로 는다. 178쪽 3점이 보강된 이상 겁낼 게 없다는 뜻. 어떻든 흑은 183으로 빠져 격렬히 대항한다. 아래쪽 백 석 점을 물고늘어지지 않으면 승산이 없기 때문. 자, 바둑은 최후의 승부처를 맞았다. 그리고 여기서 박정상은 회심의 승착(勝着)을 터뜨리며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다. 어디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