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의 대가들, 가을의 절정을 연주한다

올 가을 ‘바로크 명품’이 한국에 몰려온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두 차례 녹음하며 세계 유수의 음반상을 휩쓸었던 명(名) 하프시코드 연주자 피에르 앙타이(Hanta?), ‘역사상 위대한 소프라노 20인’에 포함된 성악가 엠마 커크비(Kirkby), 바흐 음악의 권위자인 오르간 주자 존 버트(Butt), 영국 출신의 대표적 류트 연주자인 나이젤 노스(North) 등이 오는 10월 서울에서 잇따라 리사이틀과 협연을 펼친다.

10월 18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제2회 서울 국제 바흐 페스티벌’(주최 한양대 음악연구소)이다. 연주자 대부분이 첫 내한으로, 보름 연속으로 맛보는 ‘바로크 성찬’이다.

그동안 음반으로 들을 수밖에 없었던 앙타이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실연(實演)으로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가벼운 흥분을 안긴다. 10월 27일 세종체임버홀이 무대다.

바흐가 동료 쳄발로 연주자인 골드베르크를 위해 쓴 이 곡은 당시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백작을 위해 연주되어 상을 받기도 했다는 뒷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에서 아련하게 들려오던 그 선율이다.

글렌 굴드 같은 명 연주자의 피아노 녹음으로 친숙하지만, 20세기 후반 들어서면서 바흐 당시의 옛 악기인 하프시코드로 연주한 녹음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고음악의 여왕’으로도 불리는 소프라노 엠마 커크비는 지난 4월 음악 전문지 BBC 뮤직 매거진을 통해 세계의 오페라 평론가 22인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프라노’ 명단의 10위에 올랐다. 비브라토가 적고 꾸밈 없는 ‘자연 청정’의 목소리로 존 다울랜드와 퍼셀·헨델 등 옛 음악에서 숱한 음반을 남겼다.

존 버트는 오르간 연주뿐 아니라 국내 번역된 ‘바흐 B단조 미사’(동문선)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버트는 이 책에서 고음악 운동의 불씨를 일으켰던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에 대해 “그의 가장 위대한 수사학적 재능은 의심스러운 것을 믿게 하는 그의 능력이다. 그러나 정확하든 정확하지 않든 그의 신념은 전적으로 역사적 지식으로부터 유래하지는 않는다”고 적시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고음악 축제는 ‘바흐에 대한 경배’이기도 하다. 단지 유명 음악가의 연주를 모아놓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흐 페스티벌’이라는 성격에 맞게끔 프로그램을 재구성했다. 연주자마다 1차례의 음악회는 모두 바흐의 작품으로 꾸미고, 다른 1차례는 바흐의 이전과 동시대 다른 작곡가의 작품들로 꾸며서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앙타이의 경우, 10월 27일에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고 전날인 26일에는 금호아트홀에서 쿠프랭·스카를라티 등의 작품으로 리사이틀을 꾸민다. 류트 연주자 나이젤 노스도 10월 18일 세종체임버홀에서 바흐의 모음곡과 소나타로 리사이틀을 연 뒤에, 다음날인 19일(금호아트홀)에는 존 다울랜드 등의 작품을 조명한다.

엠마 커크비는 10월 28일(세종체임버홀)에서 존 다울랜드와 퍼셀 등 영국 작곡가의 곡을 부르는 연주회에 ‘영국의 오르페우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30일 세종체임버홀에서는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바흐의 칸타타를 부른다. 한양대 음악연구소는 “동시대 및 이전 시대 작곡가들과 바흐의 작품을 비교하면서 바흐 음악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로 페스티벌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공연문의 (02)2220-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