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음악의 매력
할머니 손은 약손이다. 할머니가 불러주시는 자장가도 그렇다. 목소리가 한없이 포근해서 자장가를 들으면 소르르 잠이 온다. 옛날 음악은 대개 그러한 음악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소리로 상대를 설득하는 음악이다. 옛 악기도, 연주법도 모두 이러한 옛 음악의 본질에 맞춰져있다.
잘 마른 비자나무 토막을 다듬어서 음정을 고르는 구멍을 몇 개 내면 바로크 플루트가 된다. 현대 악기는 크고 고른 소리를 내기 위해, 온갖 것들을 덧붙이지만, 바로크 악기는 본디 모습 그대로 둔 채 찌그러진 음이 나더라도 오히려 이를 음악적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그 소리에는 나뭇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바이올린도 그렇다. 바이올린 줄은 구절양장의 양 창자를 말린 것이다. 그 울림이 부드럽고 섬세하다. 이런 바로크 악기로는 낭만적으로 연주하기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옛 방식을 따라서 고풍스럽게 연주한다.
현대는 표준화 시대다. 그래서인지 오케스트라 소리도 서로 닮아가는 것 같다. 지난 시기와 같은 ‘필라델피아 사운드’ ‘시카고 사운드’는 더 이상 찾기 힘들다. 모두 다 잘하고 모두가 아름답다. 지휘자에 따라 강조점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한정된 레퍼토리를 함께 다루다 보니 디테일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결과이기도 하다.
뭔가 아주 다른, 아주 특색 있는 음악이 듣고 싶어질 시점에, 고풍스러운 옛 음악이 다가와 우리를 사로잡았다. 전혀 다른 새로운 음향으로, 저마다 개성적인 즉흥을 즐기면서, 베네치아와 볼로냐와 파리의 지역성까지 살려가며 의기양양하게 우리 곁에 다가왔다. 현대 음악이 상대적으로 대중과의 소통에 무관심한 채 갈수록 어려운 음악을 생산한 것은 아닐까. 설명을 곁들여 그 음악을 들었다고 해도 대중들은 쉽게 위로 받지 못한다. 바로 그 자리를, 옛 음악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옛 음악의 당대 연주는 낯설지만 정겹고, 예스럽지만 신선하다. 잘 마감된 콘크리트 바닥, 반짝이는 유리벽, 매끈한 스테인리스 기둥 속에서 바쁘게 살다 보면 황토집이 그리워지듯, 우리는 소박한 옛 음악에 몸을 의탁하고 싶어진다. 모두가 현대와 첨단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하는 시대에, 그래서 음악만큼은 거꾸로 예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