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은 언제 들어도 명곡 …

많은 사람들이 바로크 음악 하면 떠올리는 곡은 역시 비발디의 ‘사계’일 것이다. 지하철 역부터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어느 곳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데도 변함 없이 사랑받는 것을 보면, 명곡은 명곡이다. 파비오 비온디와 에우로파 갈란테의 짜릿한 연주(버진)는 이미 ‘고전’의 영역으로 진입한 우리 시대의 색다른 명연이다.

‘사계’ 말고도 비발디의 다른 음악을 듣고 싶다면 체칠리아 바르톨리(메조 소프라노)의 ‘비발디 앨범’, 레이첼 포저(바이올린)가 독주자로 나선 ‘라 스트라바간자’, 안드레아스 숄(카운터 테너)이 부른 ‘슬픔의 성모’ 등으로 한걸음 다가가도 좋다.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바로크 오페라가 화려한 기교로 당대를 휩쓸었던 이탈리아 오페라가 아니라 아기자기하면서도 사랑스러운 퍼셀의 ‘디도와 아이네아스’라는 사실은 참 흥미롭다. 올 초 캐나다의 오페라 아틀리에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작품이기도 하다.

음반도 많고 좋은 연주도 많지만, 하나만 고르라면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지휘하고 영국의 대표적인 바로크 가수들이 총출동한 음반(데카)을 권하고 싶다.

고음악의 인기는 옛 악기의 발견과 함께 시작됐다.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가 연주한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집’(채널 클래식스)에서 독특한 음색의 피콜로 첼로는 하프시코드, 포르테피아노(옛 피아노), 오르간 등 다양한 색채의 건반 악기와 함께 나긋하고 소박한 음률의 화원을 만들어낸다.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음악에 대한 기대를 하나로 엮고자 했던 바흐의 의도가 잘 구현됐을 뿐 아니라 사랑스러운 소품들이 곳곳에 숨어있어서 들을수록 정이 간다.

올 가을 한국을 방문할 캐나다의 세계적 고음악 단체인 타펠무지크가 바로크 시대의 협주곡들을 모아놓은 ‘명인기적 협주곡들’(Analekta)은 현대의 오케스트라가 내뿜는 압도적인 음향과는 다른 바로크 앙상블만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음반이다.

프랑스 바로크 음악은 이탈리아와 독일과는 다른 우아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선뜻 다가서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좋은 안내자가 많이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베르사이유 환상의 섬’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와 작품을 모아놓은 음반(알파)은 우리를 17세기 유럽을 매혹시켰던 태양왕 루이 14세의 궁전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