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시나리오 이탈

〈제13보〉(184~199)=박정상(23)은 또래 기사들에 비해 훨씬 노숙해 보이는 마스크를 지녔다. 그가 고교 2년이던 2001년에 겪은 에피소드. 마을버스를 타고 교통카드로 요금을 지불하는 순간 운전기사가 돌아보더니 이렇게 외치더란다. “여보슈, 왜 학생카드를 사용하는 거요?” 국제대회 대국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 마침 양복 차림이었다. 하긴 뭐 ‘아저씨’ 소리를 중학생 때부터 들었다는 박정상이니 말해 무엇하랴.

184가 이 바둑의 승착(勝着). 참고도의 백 1로는 수상전서 이길 수 없다. 184로 좌변의 결말은 패(覇)인데 흑의 팻감 부족으로 백승이 확정된다는 시나리오. 뜻밖의 해프닝으로 바둑은 수십 수가 더 길어지지만 그건 나중 얘기다. 일단 185의 맥점 이후 194(185 자리) 이음까지는 필연.

198 때 199가 오답(誤答)이었다. 이 수론 ‘가’에 두어 패가 나는 것이 완결편. 그 급소를 놓치자 백은 이제 ‘한 방’으로 패 없이 바둑을 끝낼 수 있는 장면을 맞았다. 199 다음 백이 패를 않고 흑을 몰살시키는 ‘한 방’은 어디일까. 바둑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정답을 찾아낸 순간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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