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의 언니들 만세

‘언니들 만세!’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당신은 이 외마디 비명을 날리게 될지도 모른다. 예쁘고 쭉쭉빵빵한, 하지만 눈요깃감 수준에 그쳤던, 게다가 항상 범죄의 타깃이 되던 그런 ‘언니들’의 완벽한 반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엉뚱하고, 한편으론 기괴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시체 절단에 피가 난무하고 폭력과 구토가 치밀어 오르는 그의 유별난 취향은 이번 영화 ‘데쓰 프루프’(9월 6일개봉·18세) 역시 마찬가지지만, 이번엔 무릎을 치며 오랜만에 크게 웃다 나올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당신이 여자라면 말이다. 물론 단순히 ‘쿠엔틴 타란티노’란 이름 하나만으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이라면 걱정할 필요도 없고.

‘데쓰 프루프(Death Proof)’. 말 그대로 ‘죽음을 막아준다’는 뜻이다. 영화 속 스턴트맨으로 나오는 주인공 커트 러셀이 몰고 다니는 스턴트 전문용 자동차로, 웬만한 사고에도 절대 죽지 않게 특수 제작한 차를 말한다.

잘 나가는 차 하나만 믿고 무섭게 질주하는 마이크(커트 러셀)는 눈빛 하나, 손짓 하나로 ‘언니들’을 굴복시켜 ‘절대 죽지 않는’ 차에 태우게 하는 목적을 달성한 뒤, 사지를 절단해버리거나 여성들이 탄 차를 뒤쫓으며 쾌감을 느끼는 미치광이 변태. 하지만 나중에 먹잇감으로 찍어놨던 그 4명의 언니들에게 호되게 당한다. ‘데쓰 프루프’란 이름과 정반대로.

60~70년대 B급 영화 상영관인 ‘그라인드 하우스’를 추억하기 위해 만든 이 영화는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의 90분짜리 영화 ‘플래닛 테러’와 합쳐 3시간 분량의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영화로 만들어졌었다. 부담스러운 시간 때문에 국내엔 타란티노 감독의 분량 90여 분에, 여자들의 하릴없는 수다 부분 30분 정도를 더 붙여 ‘데쓰 프루프’만 개봉됐다. ‘언니들’의 끝없는 수다가 계속되는 바람에, 신선하고 화끈한 대사에도 불구하고, 초반 한 시간 정도는 다소 지루하지만, 덕분에 언니들이 복수하는 막판 30분의 짜릿한 감동이 더 크게 다가온다. 특히 조이(조이 벨)가 쇠파이프를 들 때, 그 표정을 주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