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협찬 기업에도 ‘공짜 표’는 안줘요”

“아무리 후원을 많이 한 기업도 ‘공짜 표’는 못 가져갑니다. 그건 후원이 아니고 티켓 대량 구매죠.”

지난달 31일 한달 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사무국 기업협찬 매니저 수잔 하프(Harf)씨는 5개 협찬사를 ‘후원 회사’ 대신 ‘파트너’라는 명칭으로 불렀다. 1920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고향에서 시작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역사·규모 면에서 세계 최고로 꼽히는 클래식 음악 축제로 리카르도 무티, 다니엘 바렌보임 등 화려한 음악가들의 등장과 파격적 연출의 오페라로 유명하다. 올해는 아우디, 지멘스, 크레딧 스위스, 유니카, 네슬레 등 다섯 개 회사가 파트너로 참가했다. ‘최대 90만 유로(약 11억원)’라는 상한선만 공개할 뿐 각 기업이 후원하는 구체적 액수는 밝히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네슬레의 경우 16년, 아우디는 13년째 페스티벌과 손을 잡는 등 꾸준하고 지속적인 후원이 이어지는 것도 특징이다. 하프씨는 “한국의 한 전자회사도 후원의 뜻을 밝혔으나 지멘스와 업종이 겹쳐 거절했다”며 “더 많은 액수를 제안 받았다고 의리를 저버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무료 티켓이 제공되지 않으니 협찬사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홍보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더 많은 서비스를 하고, 관객은 그만큼 받아가는 게 많아진다. 아우디는 페스티벌 기간 중 500~600대의 차량을 풀어 VIP 및 음악가들에게 ‘무대 위의 아우디(Audi on Stage)’라는 스티커를 붙인 자동차를 제공하는 무료 ‘리무진 서비스’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한다. 지멘스는 성 피터 성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밤마다 무료 오페라 DVD 상영 행사를 열고 있다.

하프씨는 “페스티벌은 1990년대 초까지 정부 지원금만으로 꾸려져 왔다”며 “그러나 음악가들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비디오 아트 등 첨단 기술 도입으로 무대 세트 가격도 급격히 올라가면서 기업 협찬이 페스티벌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계약 때부터 기업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일체 간여 않는다는 ‘무(無)관여(no influence) 원칙’을 확실히 전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