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사필귀정?

〈제14보〉(200~262)=200으로 참고도 1이었으면 흑은 돌을 거뒀을 것이다. 실전은 200으로 단수 쳐 패(覇). 순간 검토실의 중국 기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동료들이 줄줄이 떨어져 한창 의기소침해 있던 참이었다. 앞서 흑이 ?로 200의 곳에 두었으면 패가 날 곳인데, 쌍방 실책으로 다시 패로 환원됐으니 보기 드문 해프닝이었다.

 

박정상의 국후담. “좌변은 패(覇)라는 생각에 그 곳은 쳐다보지도 않고 열심히 팻감 숫자만 세고 있었다. 초읽기 와중이라지만 흑의 실착을 응징 못한 게 부끄럽다.” 그로 인해 바둑은 60여 수나 길어진다. 253으로 254에 받으면 두 팻감 정도 흑이 부족하다. 퇴로가 막힌 셰허가 좌변 패를 해소하자 254로 죽었던 중앙 백말이 생환해갔다. 이 교환 자체도 백의 큰 이득.

결국 흑은 좌변서 실수를 안 했어도 못 이기는 형세였음이 입증됐다. 262에서 흑의 패배 선언. 마지막 60여수는 정상적(?) 진행일 때의 형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 두 기사의 팬 서비스라고 해 두자. 곡절 끝에 박정상이 대망의 8강 대열에 합류했다. (206 212 218 224 230 236 242 248…200, 209 215 221 227 233 239 245 251…203, 211…204, 226…219, 246…222, 247…234, 259…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