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필하모닉’초청 연주회

지난 1일 중국 베이징의 폴리(保利) 극장. 중국 최고 오케스트라인 차이나 필하모닉의 2007~08년 시즌 개막 공연에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협연자로 나섰다.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 피아니스트 랑랑,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와 작곡가 겸 지휘자 펜데레츠키 등 화려한 협연자 가운데 선두에서 한 시즌의 문을 연 것이다. 예전 그의 연주만 본 뒤에 중국 청중들이 돌아간 전력(?)이 있기에, 이날 연주회에서 아예 백건우의 연주는 1부가 아니라 2부에 편성될 정도였다.

1338석의 폴리 극장은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과 교향악단이 서고 있는 베이징의 대표적인 콘서트홀이다. 백건우는 그동안 차이나 필과 수차례 협연을 했지만, 중국의 ‘음악 황제’로 불리는 상임 지휘자 롱 유와 협연하는 건 처음이었다.

차이나 필하모닉의 예술 감독이자 상임 지휘자인 롱 유는 1964년 상하이 출신으로 4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차이나 필과 광저우 심포니의 음악 감독을 겸임하고 있다. 베이징 음악 페스티벌 예술 위원과 상하이 오리엔탈 센터의 예술 위원까지 동시에 소화하고 있는 중국 클래식 음악계의 수퍼 파워다. “러시아에 명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있다면 중국에는 롱 유가 있다”는 말이 공식처럼 통한다.

2000년 중국 중앙 방송 오케스트라를 모태로 창설된 차이나 필하모닉도 탄생부터 롱 유가 주도해왔으며,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을 비롯해 그동안 올림픽을 개최한 전 세계 도시에서 순회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음악 감독 롱 유는 인터뷰에서 “지난 2002년 KBS 교향악단의 베이징 공연에서 백건우의 연주를 처음 보았지만, 그 이전부터 음반을 통해 그의 음악 세계를 잘 알고 있었다. 당시 공연을 본 뒤 곧바로 백건우에게 협연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백건우는 첫 프로젝트로 베이징에서 이틀에 걸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 뒤, 매년 베이징과 광저우에 초청 받고 있다.

롱 유는 “백건우와 연주하는 것은 나의 영광이다. 영광을 누릴 기회를 거절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백건우는 우리 시대 역사의 최고 피아니스트”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인들은 점점 더 백건우를 잘 알아가고 있고 중국 음악인들은 그를 존경하고 있다. 앞으로 쇼팽을 비롯해 그가 원하는 작품은 모두 협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막 공연에서 차이나 필은 전반부에 중국 현대 작품을 연주한데 이어, 2부에서 백건우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했다. 영화 ‘샤인’에서 ‘악마의 곡’으로 불렸던 이 협주곡에서 백건우와 차이나 필은 대륙적이고 호방한 기질로 서로 뜨겁게 관통하며 객석을 전율하게 했다. 불꽃 튀는 긴장감, 지적인 서정성, 혼이 깃든 파워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뤘고, 다이나믹한 3악장이 끝나자 베이징 청중들은 브라보를 뜨겁게 연호하며 박수를 그칠 줄 몰랐다.

차이나 필의 여성 수석 첼리스트 마신화는 공연 직후 “백건우는 연습 기간 내내 우리의 연주까지 변하게 했다. 놀라운 중용과 겸손함으로 그는 단원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세계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백건우처럼 뛰어나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