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 30억입니다

앤디 워홀, 대미언 허스트, 게하르트 리히터, 샤갈, 르누아르…. 국내 경매회사들이 이젠 해외 유명 작가들을 가지고 경쟁한다. 외국 경매회사들과 손을 잡기도 하고, 일부러 외국 경매에서 작품을 사가지고 오기까지 한다.

서울옥션은 12~15일 코엑스 3층 컨벤션홀에서 뉴욕 소더비, 일본 신와옥션·이스트 웨스트 옥션, 중국 폴리옥션과 함께 ‘옥션 페어’를 연다. 화랑이 아닌 경매사가 단체로 페어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경매는 이 중 서울옥션이 전시하는 1500점만으로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걸쳐서 한다. 여기에 ‘비싼 생존 작가’ 하면 빠지지 않는 게하르트 리히터(75)의 유화 두 점이 각각 추정가 30억~35억원, 18억~20억원에 나왔다. 리히터는 회화를 마치 초점이 안 맞은 사진처럼 보이게 그리는 작가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작년에 기획전을 했다.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자화상’이 27억~30억원, ‘마오’가 20억~25억원에 나오는 것도 눈 여겨 볼만하다. 워홀은 올해 5월 뉴욕 경매에서 ‘그린 카 크래쉬’가 낙찰가 7172만 달러(약 660억원)를 찍는 등 최근 1년 사이에 값이 치솟았다.

K옥션은 새로 옮기는 청담동 사옥에서 일본 경매사인 마이니치 옥션과 합동으로 18~19일에 470여 점을 경매에 올린다. 여기에도 영국의 스타 작가 대미언 허스트(42)의 점 그림이 추정가 9억~14억원에, 앤디 워홀의 ‘꽃’이 9억~12억5000만원에 나온다.

서울 논현동에 새로 생긴 D옥션(디오리지날옥션)은 아예 ‘해외 작품 중심’을 내걸었다. 4일 하는 첫 경매에 르누아르, 샤갈, 피카소, 뒤피, 로댕 등 우리 관객들의 귀에 익숙한 근대 작가들을 중심으로 내놓는다. 하지만 대표작으로 내세운 샤갈의 ‘오렌지색 조끼를 입은 화가’(추정가 7억8000만~10억원)는 지난 6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24만파운드(약 4억5300만원·수수료 별도)에 낙찰된 것이고, 르누아르의 ‘핑크색 블라우스를 입은 안드레’(추정가 5억8000만~9억원)는 6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8만 파운드(약 3억4000만원·수수료)에 낙찰된 작품이다. D옥션측이 불과 석 달 전 직접 사온 것이다. D옥션 정연석 회장은 “소장기록이 분명한 작품으로 하기 위해 일부러 해외의 확실한 경매에서 사왔다”고 했지만 이를 부자연스럽게 보는 의견도 있다.

지금까지 국내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렸던 해외 작품은 2001년 서울옥션에서 낙찰된 안젤름 키퍼의 작품으로 7억4000만원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해외작품의 기록가를 경신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 국내 몇 작가에 한정됐던 미술시장이 국제화하는 좋은 순서로 본다”며 “하지만 일부 작품은 해외 현지가격보다 비싸게 나온 것들 이어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