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뮤지컬-호러 연극 잇달아 공연..걸작들 등골 오싹

홍보 포스터부터 심상치 않다. 섬뜩하고 으스스하다. 이발소에서 쓰이는 면도칼만 자리잡고 있고, 제목에 피가 묻어있다. 유혈 낭자한 분위기를 붉은색 물감을 사용해 몽환적으로 표현한 포스터도 있다. 스릴러 뮤지컬, 호러 연극…. 　B급 영화적 개성으로 무장한 작품들이 잇달아 공연된다. 공포, 복수, 피, 스릴, 동성애, 엽기 등 강렬한 소재와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짜릿한 자극을 원하는 관객들이라면 솔깃할 만하다. 공연에서는 드물게 '19세 이상' 혹은 '중학생 이상' 관람가 딱지가 붙었다. 이미 마니아 관객을 거느린 뮤지컬 '헤드윅'이나 '쓰릴 미'의 뒤를 이을 기대작들이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거장 손드하임의 최대 걸작으로 꼽힌다. 1979년 초연 당시 토니상 8개 부문 수상작이다. 제작사인 뮤지컬 해븐의 박용호 대표는 "미국에서 뮤지컬 전문가들이 걸작을 선정할 때 늘 넘버원의 자리를 차지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주인공은 유능하고 행복했던 이발사 벤자민 바커. 그는 자신의 아내를 탐한 한 판사에 의해 누명을 쓰고 18년간 외딴 섬에서 형을 산다. 그는 복수하기 위해 이름을 스위니 토드로 바꾸고 판사를 죽이려 하지만 실패한다. 이후 복수의 칼날을 모든 손님들에게 돌리는 살인마로 변해간다.

'스위니 토드'는 산업혁명기인 19세기 런던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한 개인의 복수심이 사회에 대한 증오를 거쳐 카니발리즘으로까지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를 통해 권력의 부패, 광기, 살인, 복수 등 어두운 이야기를 블랙코미디로 풀어가고 있다.

드라마가 그로테스크한 만큼, 무대와 음악도 특이하다. 무대는 공장, 감옥, 기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음악도 불협화음이 많다. 이 불협화음은 극의 긴장과 이완을 만들며 불안한 상황을 극대화한다. 노래도 대부분 단조로 이뤄져 있어 어둡고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인공 스위니 토드 역에 류정한, 시체들을 파이에 넣어 간단하게 처리하는 여주인공 러빗 부인 역에 박해미가 출연한다. 15일부터, LG아트센터. (02)501-7888

연극 '미친 키스'도 예사롭지 않다. 상대의 영혼에 닿고 싶은 젊은 남녀의 일그러진 열정을 다룬다. 에로스적인 분위기, 불륜과 자살, 창녀로 전락하는 쇼핑중독자, 담뱃불로 팔뚝을 자해하는 등 엽기적인 행위들이 얽히고 설켜 극을 이끌어간다.

엄기준 김소현 등 뮤지컬에서 주로 활동한 배우들의 연극 출연으로도 관심을 모은다. 5일부터, 대학로 정미소. (02)764-7858

'우먼 인 블랙(The Woman In Black)'은 심리공포극이다. 조명과 음향으로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게 특이하다. 아들의 죽음으로 미쳐버린 여자의 환영에 사로잡힌 한 남자 이야기다. 영국 작가 수전 힐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1987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후 6000회 공연, 300만 관객을 돌파한 히트작이다. 11월 25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47-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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