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누름과 벌림

〈제2보〉(18~31)=야마시타(29·山下敬吾)는 일본 바둑계 1인자 계보를 잇는 신세대 간판 스타. 이력서의 화려함이 한창 시절의 조치훈을 보는 것 같다. 15세 때인 93년 입단, 타이틀 정복 횟수가 벌써 12개에 이른다. 일본 1인자의 상징인 기성(棋聖)에 세 차례나 등극했고 현재도 보유 중이다. 일본기원이 성적과 단위를 연동시키는 제도를 도입한 뒤 프로 생활 단 10년 만에 九단에 올랐으니 그 스타성을 짐작할 만 하다.

18은 ‘가’의 붙임이 일감(一感). 참고도 18까지의 진행이 예상된다. 이 변화는 14로 흑이 머리를 내밀고 있어 중앙을 중시하는 야마시타로선 내키지 않는 그림. 흑 역시 19론 ‘나’ 정도로 변에 전개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상대가 ‘다’로 압박해오는 것을 경계, 19, 21의 변신을 택했다.

22의 응징에 흑도 귀를 살 차례. “26은 두텁긴 하지만 ‘라’에 두고 흑 ‘마’ 때 백 ‘바’로 두고 싶다”(최규병 九단)란 의견도 제시됐다. 29가 자체로도 큰데다 공수의 요점이었다. 30은 흑의 빠른 발에 당황해 서둔 느낌. ‘사’에 씌워 중앙을 키우는 게 야마시타다웠다. 31에 백이 최초의 장고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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