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공연 보려면 남산으로!

올 가을 국립극장으로 가는 남산 오르막은 세계로 통한다. 길 끝에는 8일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으로 열리는 제1회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이 있다. 그리스 영국 중국 터키 등 9개국 국립공연단체의 작품 14편이 10월 27일까지 피고 진다. 세계 정상급 국립극장들이 단체로 한국 투어를 오기는 처음이다. 이 축제, 푸짐한 코스 요리 가운데 메인 메뉴 세 가지를 가려 뽑았다.

◆엘렉트라

질기고 거칠다. 기원전 5세기부터 비극의 여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랐으니, 엘렉트라는 가장 늙었으되 생명력은 막강한 인물이다. 이 연극이 요동치는 건 그녀의 복수심 때문이다. 엘렉트라의 어머니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남편 아가멤논을 살해한다. 충격에 빠진 엘렉트라는 동생 오레스테스를 외국으로 피신시키고, 그가 성인이 돼 돌아오자 복수에 나선다.

복수심엔 슬픔과 증오, 공포가 뒤섞여 있다. 종종 짐승처럼 단순하고 빠르다. 오레스테스가 죽은 척 유골함을 들고 나타났을 때, 엘렉트라가 토해내는 슬픔은 극한에 닿아 있다. 오레스테스가 어머니를 죽였을 땐 감격해 울음을 터뜨린다. 이 연극의 요리사(연출가)는 2000년 ‘파우스트’를 21시간 공연한 것으로 유명한 페터 슈타인(독일)이다. 영어·한국어 자막을 제공한다. 공연시간 1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