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짜릿한 봉쇄

〈제3보〉(32~45)=“초등학교 1학년 때 다니던 속셈학원 건물에 어느 날 바둑교실이 들어섰다. 그것이 내 인생 항로를 결정했다.” 온소진의 회상. 운명은 항상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어린 날을 파고든다. 그 9년 뒤인 2004년 8월 소년은 프로가 된다. 연구생 내신 서열 1위로 ‘장원 급제’였다. 침착하고 안정된 기풍으로 특히 속기에 강하다는 평. 본인 스스로는 “뒷심이 약하다”지만 동료들은 그의 끈질김에 두 손을 들곤 한다.

13분 만에 32가 놓였다. 34는 당연. 37도 행마법이다. 40은 42의 급소를 보며 근거를 잡는 매우 탐나는 곳. 그러나 호처(好處)라고 해서 언제나 정답은 아니란 데 바둑의 어려움이 있다. 지금은 만사 제쳐놓고 참고도 1에 두어 봉쇄를 피해야 했다는 지적. 흑 2엔 6까지 처리한다. 41이 놓여선 주도권이 흑에게로 넘어갔다.

42, 44는 내친 걸음. 이 부근에선 야마시타도 살얼음 위를 걷듯 신중해 지지부진의 진행이다. 45로 공격 개시. 하지만 이 수로 ‘가’에 들여다보는 수는 어떨까. 한편으론 ‘나’가 급소인 느낌도 든다. 45의 ‘정당성’을 다음 보에서 심판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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