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감독-유인택 대표가 말하는 '화려한 휴가' 탄생 뒷얘기

대단한 뒷심이다. 개봉한 지 두 달이 돼가는데, 여전히 관객 반응이 뜨겁다. 700만 명을 훌쩍 넘겼으며, 국민영화로 폭넓은 연령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과 제작사인 기획시대의 유인택 대표.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미담을 만들어내고 있다.　'목포는 항구다'의 흥행 성공 이후 김 감독은 수십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으나 모두 거절했다.

유 대표와 차기작을 함께 하기로 한 조건은? '당연히' 열악했다. 20 여년간 영화 제작의 한 길을 걸어온 유 대표는 수지타산을 따지기보다는 영화 열정을 앞에 놓는 스타일. 지금도 1000CC급 소형차를 몰고 다닐 정도로 주머니가 가볍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김 감독이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오기까지 했다.　'화려한' 오늘을 만들어내기까지 두 사람이 쌓아온 신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자.



-두 분 인연의 시작은?

▶(김)98년 '여고괴담' 조감독 시절에 처음 만났다. 지금은 맞담배를 피우지만, 그때는 눈도 함부로 못 맞췄다. 대표님과는 한 가족과도 같다. 나를 처음 인정해주신 분이다. 영화인으로서 그 진지한 자세와 열정을 존경한다.



-개봉 전엔 충무로의 재앙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았다.

▶(유)'이재수의 난' 시절의 악몽이 떠오르면서, 처음에는 나도 반대했다. "이젠 나도 돈 좀 벌어보자"면서 말렸다. 하하. 5ㆍ18은 거대한 산맥과 같다. 관련자들이 생존해 있기에 부담도 크고. 시나리오를 2003년부터 다듬었다.

▶(김)딸 이름이 윤후다. 국사 책 한 구석에 나오는 고려시대 장군 이름이다. 역사란 이렇게 이름 한 줄 나오기도 힘든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역사적 진정성과 감성 속에 녹여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촬영 중단의 위기도 여러 차례 겪었다던데.

▶(유)지난해 11월이 최대 고비였다. 결국 남은 20회차의 촬영 분량을 10회로 줄였다. 시간에 쫓기는 김 감독을 보면서 제작자로서 마음이 아팠다.

▶(김)중반부터 하루하루를 버텼다. 돈이 다 떨어져 내일 일을 걱정해야 할 때가 부지기수였다. 밥집에서 쫓겨날 뻔도 했다. 촬영을 연기할 수가 없어, 아침에 비와도 무조건 나갔다. 그런데 귀신같이 비가 그치더라. 하하.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고마운 분들이 많다. 안성기 선배님은 광주에서 군산까지 출퇴근을 해야 하는 현장 상황에서 싫은 내색 한번을 안하셨다.



-감독으로서, 제작자로서 상대방의 장점을 꼽아본다면.

▶(유)김 감독은 현장 경험이 풍부하기에 돈을 아낄 줄 안다. 헝그리 정신이 몸에 배어 있다. 첫 번째 편집본이 2시간 28분에 불과했으니, 철저히 딱 필요한 촬영만 한 셈이다.

▶(김)대표님은 막내 스태프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어려운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대표님께 많은 점을 배웠다.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부탁한다.

▶(유)김 감독이 평소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이루는 것은 하늘"이라는 말을 즐겨 해왔다. 초심을 잃지 않기 바란다.

▶(김)후배로서 부탁인데, 이젠 집에도 일찍 들어가시고 건강도 챙기시길. 그리고 경조사비는 될 수 있으면 내셨으면. 하하. (평소 빈손으로 경조사 나들이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유 대표는 김 감독 결혼식때도 이 원칙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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