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한 수 차이

〈제5보〉(62~70)=승부는 단 한 순간의 집중력에서 판가름 난다. 칼잡이나 건맨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반상(盤上)의 승부 역시 긴장이 풀리는 찰나의 순간에 명암이 갈린다. 당연해 보이는 62가 문제의 한 수. 그에 앞서 68의 절대 선수 행사가 절대 긴요했다.

참고 1도를 보자. 이 진행은 9의 선수가 자랑이다. 13 때 흑이 14로 계속 추격하는 것은 21에 이르러 A와 B를 맞봐 실패로 끝난다(12…3). 따라서 14로는 C가 정수인데, 그때 백은 15에 두고 상변 흑 공격과 실전보 ‘가’로 좌하귀를 잡는 수를 맞보는 게 최선. 백은 66때라도 68을 선수할 찬스가 있었다. 만약 흑이 참고 2도 2로 오면 3의 선수로 연결 후 7까지 좌하 흑을 접수한다.

 

실전은 뒤늦게 68로 두었으나 이제 ‘나’에 이어줄 바보는 없다. 69로 응수해 여기서 거의 ‘한 수’ 차이가 났다. 70까지 탈출엔 성공했지만 그 사이 중앙 흑이 엄청 두터워져 버린 것. 게다가 중요한 선수까지 빼앗겨선 순식간에 흑이 대세를 호령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