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본 얼티메이텀', 산만한 스토리...정체성 상실

'본' 시리즈의 원조 격이었던 '본 아이덴티티'(2002년)는 참 신선한 스타일의 영화였다. '본 아이덴티티'는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기존의 영화들과 달랐다. 주인공인 제이슨 본(맷 데이먼)은 늘 자신만만한 액션 히어로가 아니라 고독한 '루저'(Loser)의 모습에 가까웠다. 또 기억을 잃은 전직 첩보원 본이 '왜 내가 사람들을 죽여야만 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마음대로 살인을 일삼는 국가 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관객들은 액션 영화를 보면서 묘한 '비틀기'의 쾌감을 느꼈다.

2편 격이었던 '본 슈프리머시'(2004년) 역시 연인에 대한 복수에서 출발했지만, 단순한 복수극에서 그치지 않고 특유의 밀도 있는 이야기 전개로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갔다.

그러나 시리즈의 완성판인 '본 얼티메이텀'(13일 개봉)은 정체성을 상실하는 우를 범했다. 영화는 전편에서 자신의 정체를 어느 정도 알아차린 본이 자신을 조종한 핵심 조직인 '블랙브라이어'를 쫓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전광석화 같은 맷 데이먼의 무술 솜씨와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신은 정말 멋지다. 특히 모로코 탠지어에서 벌어지는 3자 추격신, 본이 살인청부업자와 좁은 욕실에서 벌이는 맨몸 격투신 등은 명장면으로 꼽힐 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영화가 '다이 하드'가 아니라는 데 있다. '본' 시리즈만이 갖고 있던 장점이 화려해진 액션 속에 묻혀버린 느낌이다. 그저 넋 놓고 화면에만 빠져 있기에는 머릿속이 복잡하고, 이야기에 몰입하기에는 전개가 확연히 산만해졌다. 1, 2편을 봤던 관객들도 헷갈리기 십상. 더욱이 전작들을 보지 않은 관객들이라면 시각적 즐거움 이상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 김천홍 기자 scblog.chosun.com/flash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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