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체면치레

〈제7보〉(80~92)=찬란했던 옛 영광이 무색하게도 일본의 국제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최고 수준의 타이틀 보유자들이 세계대회 때마다 번번이 초반탈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야마시타 역시 2003년 기성(棋聖) 획득 이후 2승 5패로 부진의 터널을 헤매왔다. 일본 측은 자국 메이저 타이틀(8시간)과 국제대회(2~3시간)의 제한시간 차이에서 이유를 찾지만 뭔가 궁색한 느낌.

80은 참고 1도 1이 보통이나 10까지를 상정할 때 A의 맛 때문에 가일수(加一手)를 요한다. 81은 참고 2도를 주문하고 있다. 80에 이어 또다시 삐딱한 수(82)가 등장한 사연이다. 83으로 참고 3도 1에 받으면 4까지 걸려든다. 84, 85는 악수 교환이나 흑 ▲ 2점을 잡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단순히 86이면 흑 ‘가’로 백의 수 부족.

어쨌든 백은 ▲ 두 점을 챙겨 최소한 체면치레는 했다. 89로 92면 살지만 대해(大海) 진출을 택했다. 92 때가 또 한번 선택의 기로. 흑은 ‘나’로 잡아야 할까, ‘다’의 꼬부림이 옳을까. 온소진의 선택이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