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관객, 공연장을 리모델링하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 7월 개·보수 기간에 화장실을 리모델링하며 ‘남자는 줄이고 여자는 늘리고’를 주문했다. 대극장 1층의 경우 남자 화장실은 소변기·양변기를 합쳐 23개에서 17개로 축소됐고, 여자 화장실 양변기는 20개에서 26개로 확대됐다. 내년 개관 30년을 맞는 세종문화회관은 이로써 1000명 이상 이용하는 공공시설에 적용되는 남녀 변기 비율(1대 1.5)을 처음으로 맞췄다.

오는 10월 문 여는 두산아트센터(옛 연강홀)는 ‘친(親)여성 공연장’이다. 어디서나 라벤더 향을 맡을 수 있고, 로비와 통로도 갤러리처럼 꾸며 편안한 느낌을 준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럭셔리한 호텔급 여자 화장실이다. 음악이 흐르는 화장실엔 칸마다 핸드백 놓는 선반이 따로 있고, 파우더 룸과 아기 기저귀 교환대도 만들었다. 객석 뒤편엔 아이를 데려온 관객을 위한 모자방(mom’s room)을 두어, 마음 편히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이 공연장은 개관작도 바다·김선영·정선아가 번갈아 오르는 여성 모노 뮤지컬 ‘텔 미 온 어 선데이’로 정했다.

여성 관객이 공연장 하드웨어까지 바꾸고 있다. 주요 공연장들은 흥행을 쥐락펴락하는 여성 관객(전체 관객의 70~80%)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 아이 놀이방 설치는 기본이다. 예술의전당은 지난 6월 국내 대형 공연장 중 처음으로 한가람미술관에 수유실을 마련했다. 국립극장과 세종문화회관은 여자 화장실에만 비데를 설치해 ‘남성 역차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